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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2:24

ㆍ추천: 0 ㆍ조회: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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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의 아침
2001.5.28(월) 11:14

우리 아파트의 아침

저희 집은 장산이라는 큰산 바로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서
창문만 열어놓으면 천국이지요.
공기도 아주 맑습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숲속의 나무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차가 다니는 길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한참 걸어가야합니다.
장점은 아이들이 집주변에서 놀아도 큰 걱정이 없다는것입니다.
아파트 내에선 차들이 아주 서행을 합니다.
대단지아파트가 아니라서 살고 있는 대부분이 서로 얼굴을 압니다.
모두들 자기 아이들이 뛰어 노는것을 알기때문에 아주 서행을 합니다.
아파트가 산꼭대기에 짓다보니 1차,2차,3차가 떨어져 있습니다.
저희 집은 나침반으로도 아주 정남향이라서
여름에는 베란다에 햇빛이 잠깐 들다가 가버립니다.
겨울에는 거실까지 한참동안 햇빛이 비칩니다.
산꼭대기에 거대한 암반석이 있어서 아무도 집지을려고 안했는데
현대에서 암반을 뚫고 아파트를 지었답니다.
옛날에 다른지역에 철거민들이 이곳에 와서 자리잡고 살고 있는데
저희 아파트 아래쪽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에서 아직 살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저희 아파트가 다소 부촌이라서 그런지
낮에도 부시시하게 다니는 아줌마가 없어요.
모두들 굽높은 예쁜 샌달을 신고 남들이 외출복으로 입을것 같은
티셔츠에 바지를 입은 젊고 세련된 사모님들이 많아요.
덕분에 쓰레기 버리러 갈때도 머리를 한번더 빗고
가벼운 화장을 하고 하루종일 지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할머니들도 비취팔찌를 하고 귀걸이에 예쁘게 화장하고 노인정에 출근하십니다.
우리 어머니에게 할머니들이 "아유. 우식이 엄마는 살이 많이 빠졌는데
얼굴살만 좀더 빼면 되겠더라"고 하더랍니다.
웃기는 할머니들이죠?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여러사람이 탔는데
모두들 쓰레기비우러가고,지하수 물뜨러가고, 음식쓰레기 버리러 가고...
저만 은행간다고 나선걸음이었는데
회색의 트레이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대충이고.
남편이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잔소리 하더군요.
제발 환경에 맞춰서 살아라.
다른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습니다.
옛날에 우식이를 업고 다니던 시절에
하루는 통장아줌마가 저를 보더니
"서류에 정보처리기사라는 자격증이 등록되어 있던데 누구 자격증이고?"
"남편이가 시누이가."
"제껀대요. 왜그러세요?"
"우식이 엄마 자격증도 있어요? 뭐하는 자격증인데?"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예요."
"우식이 엄마 컴퓨터도 할줄알아요?"
"네. 대학에서 전자계산을 전공했거든요."
"어머나! 대학도 나왔어요. 난 몰랐네.그래요?"
그때의 제 행색을 설명하자면
긴머리는 대충 묶어서 다니고, 화장도 안하고 시누이가 안입는 헌옷을 대충입고
남편 슬리퍼를 신고 포대기에 우식이를 업고 다녔어요.
어디를 봐도 그저 파출부겸해서 애봐주는 아줌마 였어요.
그렇게 우식이를 낳고 7개월을 제가 키우다가
갑자기 어머님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셨지요.
바톤터치를 해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하던일이 워낙 밤낮이 없는 일이라서
아줌마들과 얼굴 마주칠일이 없었어요.
어느날 통장아줌마가 저를 보더니 "못보던 분이네. 새로 이사오셨나봐요."
"저예요. 우식이 엄마예요."
저는 육아를 포함한 집안일 전부를 몇년동안 안했어요.
어머님이 하셨지요. 어머님이 편찮으시면 친정에 우식이를 맡기고.
힘들면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다 쓰시기도 하시고.
아뭏튼 처녀같이 직장만 다니고 차려주는 밥만 먹었어요.
지금은 우식이 유치원 보내랴, 남편 출근시키랴, 대충 치워놓고 영업하러가고.
저의 아침도 무지 바쁘답니다.
바쁜 아침에 우식이가 한번씩 땡깡을 부리면 속상하고
느려터지게 행동하면 한대 쥐어박고 싶어집니다.
우식이가 비디오 보겠다고 유치원 안간다고 떼쓰면 정말 화납니다.
겨우 달래서 유치원버스를 태워보내야 해방이 되지요.
이제 그만 쓰고 집안 청소를 해야합니다.

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