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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4/17 (토) 13:33

ㆍ추천: 0 ㆍ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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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저씨의 글5
머리털이 무엇인지… 허~ .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흰머리가 경쟁하듯 송송 나기 시작하고 머리털이 빳빳해지고 잘려나갑니다. 머리를 감고 나서 한번 흔들어주며 자연스럽게 말리는 것이 좋다고 우겼던 나였습니다. 뭔가 좋다는 것을 발라 본 적이 없고 일편단심 비누만 사용해도 감촉 하나는 좋다고 들어왔는데 이제 나이가 얼맙니까? 넓어진 이마와 거칠어진 머리털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나이는 속일 수가 없네요.

대학시절 장발머리로 어깨에 기타를 메고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젊음을 뽐낼 수 있는 가장 멋진 패션이라고 생각했죠. 세상이 내 것 인처럼 살았습니다. 통기타치고 긴 머리를 흔들며 노래를 부를 때 많은 여학생들이 환호하고 감동을 받는 그 맛에 세월 아까운 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싫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학업에 전념하려면 머리를 짧게 깎고 다른 것에 신경 쓰는 시간을 줄여야 했던 것입니다. 그 후로 선택한 평범한 신사머리와(이발소가면 알아서 해주니까) 자연스레 머리를 말리는 습관이 20년 이상 유지되어 왔으니 대단하다고 할 것입니다. 더구나 타 지역으로 이사 가지 않는 한, 똑 같은 곳에서만 고집스럽게 이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봄 길을 걷다가 이제는 변화를 주어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바꾸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아내와 약속된 미장원에 갔습니다. 동네에서 소문이 난 곳이라 그런지 10여 평의 공간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습니다. 혼자 들어가기가 쑥스러워 문 앞에서 아내를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유리 문 너머로 미용사들의 일하는 모습을 기웃거리듯 보았습니다. 한 아가씨가 이상하다는 듯 처다 보았습니다.

여러 명의 미용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한 젊은 남자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위를 손가락에 돌려 끼우는 빠른 손놀림과 정성껏 머리를 만지는 모습이 뭔가 달라 보이더군요. 진지한 모습이 예술인의 열정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 야~ 바로 저 친구야. 저런 친구라면 변화를 주고자 하는 나의 봄 같은 마음을 읽어 낼 거야.”

아내와 함께 미장원의 문을 들어서자 접수실 뒤에 붙어 있는 아크릴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직원들이 손님을 대할 때의 자세에 관한 십계명이었는데 맨 상단의 글이 머리에 각인되어 들어왔습니다. ‘ 나~는 오늘 행복하기로 선택한다. ’ 참 도전적인 말이었습니다. 이 말 한마디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머리를 만져줄 그 친구의 행복한 열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윽고 순서가 되어 거울 앞에 앉았습니다. 그 자리만 앉으면 항상 해오던 말이 있습니다. “알아서 적당이 쳐주세요.” 그리고 눈을 감고 조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은 무언가 선택하고 간 날이 아닙니까? “수 십 년간 똑 같이 해오던 머리에서 탈피하고 싶어서요. 일단 세련되어야 하구요. 젊어 보여야 합니다. 보시다시피 머리가 넘 커보이고…. 뒤 통수는 납작하고..” 그 친구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 환하게 웃어보였습니다. 카리스마의 눈을 가진 청년의 땀을 쏟아내는 듯한 열정적이며 부드러운 서비스가 멋져보였습니다.

머리를 감아주는 아가씨가 또 한번 마음을 녹여주더군요. “손님과 머리 손질하는 분이 정말 닮아 보이네요. 저 분 참 잘 생겼잖아요? ” 그래, 저 친구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는데… 장 동건인가 하는 사람하고 닮았다고 하네요... 아니 그럼 내가 ? 다들 링컨을 닮았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커트비용이 비쌌지만 아깝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의 립서비스에 감동 먹어서 그렇다고 아내가 놀립니다. “야~ 헤어커팅이 참 재미있네 그려. 머리가 이렇게 작아 보이다니…짱구 머리는 이제 가라… 이젠 염색까지도 도전해봐야지. ㅋㅋ” 아내가 깜짝 놀라 나의 입을 막더군요. “ 길거리에서 촌사람 같이 그렇게 크게 떠들면... 창피하게.. “

집에 와서도 신이 났습니다. “ 그런데 장 동건이 누구가? 그 헤어 디자인처럼 그렇게 멋지단 말이지. 아니, 아빠처럼 말이야.” 큰아이가 ‘태극기인지 뭔지 휘날리며’를 보면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며 예약할 테니 투표 끝내고 꼭 보라네요…

아침에 처음으로 왁스를 조심조심 발랐습니다. 실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아이들도 몇 년은 젊어 보인다고 하네요. 다음엔 더 획기적인 스타일로 바꾸어 보라고 합니다. 든든한 지원자들이 있으니 염색이든 퍼머든 못할 것이 없겠지요. 변화하기로 선택한 이상 더욱 행복할 거라는 예감이 있습니다. 변질되지 않는 한 변화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 모두 생동감 넘치고 건강한 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누가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고 스스로 행복을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