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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2:40

ㆍ추천: 0 ㆍ조회: 67

ㆍIP:

Re..동욱님의 글을 읽고
2001.7.17(화) 12:02

Re..동욱님의 글을 읽고

예전에 동료중에 동욱님과 비슷하게 장가를 안가고 있어서
제가 착한 후배를 소개 해줬죠.
그런데 감춰둔 애인이 있더군요.
회사에 와서는 애인이 없어서 장가를 못가는것처럼
온갖 엄살을 떨고. 제가 순진하게 속은거였어요.
남자들 심리는 정말 이상해요...

지금의 제 남편은 저를 중매로 선보던 그날까지도 애인이 여럿 있었답니다.
남편의 표현대로 작고 앙징맞은 주머니에 넣어다니고 싶은 귀여운
아가씨들 이었는데.......
어머님이 키작고 약해빠진 며느리는 절대 반대라고 해서
가슴아픈 이별을 했다는군요.

선을 보고 며칠후에 어머니가 저에게 전화하라고 들들 볶아서 할수없이 전화했는데
"여보세요. 거기 김영순씨 댁이지요"
하도 기가막혀서 "아닙니다" 했더니 "아! 맞다 박영순씨지요. 제가 실수했네요"
"이것보세요. 저는 주영순입니다"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죠.

남편이 웃길라고 그런거 절대 아니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전화했는데 실수한것이지요.

고등학교부터 용두산공원에 올라가서 여학생들 꼬실라고 노력하고
대학때는 아무 활개치면서 연애를 했다고 합니다.
공부는 안하고 맨날 연애만 하러다니니까
어머님이 하루는 죽겠다고 협박을 했다는군요.
남편도 없이 외아들이 잘되기만 바라고 살았는데
공부는 안하고 연애질이나 하고 다니니까 죽고 싶었답니다.
그래도 잘못했다고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또 연애하고 다녔답니다.

저는 이모든 사실을 시어머니께 들었지요.
남편이 말할리가 없죠.

남편은 저같이 키가 170 이나 되는 여자는 싫었답니다.
어머니는 키가 커서 저를 선택하셨는데...
저도 남편같이 단순무식한 사람은 싫었어요.
맨날 스포츠신문에 연예기사,스포츠기사 얘기뿐이고
점심때 듣는다는 싱글벙글쇼에서 들은 웃기지도 않는 얘기를
웃긴다고 우기면서 얘기하고...
그때는 정말 싫었답니다.
서로가 그렇게 싫었는데 몇번 만나고 하는동안에
서로에게 '측은지심'이 들어서 결혼하게 된겁니다.
지금도 '측은지심'으로 살고 있습니다.

깐깐한 홀시어머니에 마마보이에 별로 잘하는것도 없는 우리남편이
내가 아니면 누가 바보같이 살겠습니까?
그러니 착한일하는 셈치고 끝까지 살려고 합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똑똑한척하는 헛똑똑이에다가 개나 고양이만 보면 기겁을하고
맨날 느려터져서 남들보다 뒤처지고
덜생긴 외모에다가 농담,진담도 구별못하는 센스없는 무딘여자를
그나마 불쌍해서 데리고 살아주는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불쌍하게 생각하면서 삽니다.
따라서 서로에게 별다른 기대도 안하고 삽니다.
그러다가 어쩌다 잘하면 "우짠일로 ..." 하면서 감탄하지요.

결혼을 열렬한 연애로 한 사람들은 결혼후에 조금 섭섭하면
금방 배신감을 가진답니다.
우리는 애초에 그런것이 없어서 그런 배신감은 없었습니다.
연애도 좋지만 정착을 위한 중매도 괜찮습니다.
남편말대로 어떤 과자가 맛있는지 몰라서 이것도 맛보고, 저것도 맛보고 하다가
중매아줌마가 골라주는 맛없어보이는 과자를 먹어봤는데
질리지도 않고 먹을수록 맛이 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효도라는것이 이런거구나 느낄땐
양가의 부모님이 우식이를 인생의 낙으로 생각하고
너무 기뻐한다는것입니다.
부모님의 은혜중에 한가지는 갚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늙으신 부모님 애태우는 일은 이제 그만하시고 장가를 가십시요.
아들이든 딸이든 낳으면 좀 더 일찍 갈걸 하고 후회할겁니다.
조카들이 재롱떠는것과 내 자식이 재롱떠는 것은 차원이 틀립니다.
자식이 나에게 주는 기쁨은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울정도입니다.
우식이는 탄생과 동시에 평생 효도를 다한것입니다.
이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탄생과 동시에 모든 기쁨을 부모에게 줬는데 뭘또 자식에게 바라겠습니까.
동욱님 새색시가 나타나면 모두들 "어디갔다 이제 왔느냐" 할것입니다.
이제 그만 얘기해도 다 이해하실거라 생각하고 그만 쓰겠습니다.

부산에서 주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