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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3-12-13 (토) 15:45

ㆍ추천: 0 ㆍ조회: 217

ㆍIP:

제가 가입한 아줌마들 사이트에서 퍼옴
가슴이 찡한 글이라서 퍼왔습니다.
저희집은 김장을 안하고 이번에는 큰시누님이 친정에다가 김장을 해다 주셨습니다.
존경스러운 시누님!!!!!
저는 언제나 그 경지에 도달할른지요........
김장 생각하면 머리부터 아픈게 영!!!!!!!!!
매번 담가먹는 김치도 시어머니께서 해주십니다. 같이 사시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것은 아닌지 반성됩니다.
저도 언젠가는 친정에 김장 담가주는 큰딸이 되볼랍니다.
아까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썰렁폰이 울리더이다.
환락부장님께서 안부전화를 주셨습니다.
잠이 벌떡깨고 접대용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지요.
참 자상하신 환락부장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사업번창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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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 남편이랑 미역국에 밥 말아 친정에서 얻어 온 김장김치를 먹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김치 속을 탁탁 털고 김치만 맛있게 빼 먹더군요.
저도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김치속은 별 맛도 없어 김치만 탈탈 털어 쏙 빼어 먹으면 꼭 엄마가 쓴소리를 날리시곤 했지요. '아깝게 같이 먹지 꼭 김치만 빼먹니!'
아깝다고 먹기 싫은걸 먹으라 잔소리 하는 엄마 말은 한 귀로 흘려듣고 꾿꾿하게 김치만 골라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럴 수 가 없었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무채가 가늘게 썰려 있어 먹을만 한 탓도 있지만 그 무채를 몽땅 아빠가 써신거란걸 들었지요. 무가 잔뜩 담긴 다라를 드시다 허리가 삐끗하시어 계속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하시게 된것도 들었지요.
제발 이번 김장 할 때는 꼭 나를 부르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엄마는 김장을 다 해놓고나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너희것도 두통 담아놨으니 김치 사먹지 말아라!"
그리곤 냉장고가 오래되어 김치가 벌써 익기 시작하자 더 쉬기전에 가져가라고 걱정이셨죠.

해마다 김장때면 김치를 얻어 먹었지만... 물론 그 감사함을 몰랐던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김치가 제 가슴을 울린적은 없던듯 합니다.
엄마는 아픈 몸으로 수십폭 김장을 해냈고 아빠는 그 때문에 허리를 잘 못 펴시지요. 김치를 가지러 간 날, 어깨가 쑤시다며 근육용로션을 발라달라던 엄마의 등을 보고 나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습니다.
그간 아프셨던것이 엄마의 몸을 너무도 왜소하게 만들었던거지요. 옷을 입고 계실때는 전혀 몰랐는데 엄마의 등은 정말 반쪽이 되어 있었습니다.
로션을 바르다보니 어깨쪽에 큰 흉터가 있었지요. 그게 어쩌다 생긴거냐 물었더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조그만 혹이 생겨 잘라내었는데 돈이 없던 시절이라 버스비 아끼려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가야 하는 거리를 걸어다니며 치료받으러 다니셨다고 하데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아까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흉터가 커졌던가 봅니다.
참 야속했습니다...
어째 그리 우리 엄마는 비밀이 많은지요...
아니... 도시 엄마 아빠의 삶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내 자신이 너무 괘씸하여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런 사연이 뒤범벅되어 받아온 김치를 발라먹고 있는 남편을 보니 가슴이 싸해져서 말했지요.

"속도 같이 먹어봐~ 무채가 가늘어서 먹을만 해. 그리고... 아빠가 무채 전부 썰으셨는데 그거 옮기시다 허리가 그리 되셨데... 안 먹으면 버리게 될거 같아서..."
"어 그랬군. 그럼 같이 먹어야지!"

고맙?게도 남편은 그때부터 김치속을 같이 먹어주었습니다. 김치 속이 되기 위해 아빠의 땀이 녹아들어야 했던 무. 일년중 큰 숙제거리 풀었다고 고단한 몸을 애써 잊으시려는 엄마의 땀이 배인 김치...
다른 반찬 없이도 국에 밥 말아 김치랑 맛있다고 먹어주는 내 딸래미의 입...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거룩한 노동과 정성과 마음이 부모님과 나와 내 자식을 이어주고 있었습니다.
이게 어찌 김치이겠습니까. '금치'입니다.
내 부모님도 연금술사이셨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