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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1-03 (토) 16:58

ㆍ추천: 0 ㆍ조회: 245

ㆍIP:

관심과 무관심
대학 신입생 시절 어느날 학교에 갔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선배들이 들어오더니
모두 캠퍼스로 나가라는 겁니다.
저는 전자계산과를 다녔는데 선배는 하늘이라고 세뇌를 받아서 그냥 영문도 모르고 나갔습니다.
저희반에는 모두 40명이 있었는데 여학생은 대여섯명입니다. 학교에 들락날락하는 날라리 여학생이 몇명있어서
대여섯이라고 한겁니다.
어쨌든 남자들만 많은 반에 우리 여학생들은 캠퍼스에 앉으라는데 앉았지요.
뭐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고 우리는 근처를 뒤져 공기돌을 찾아서 공기놀이 했습니다.
우리 학교는 선후배 군기가 너무 세서(?) 신문에 나는 불상사도 있었지요.
그래서 어쨌든 선배가 가라고 할때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후 지도교수님이 오시더니 "느그 여학생들은 집에 가라"
우리는"안돼요. 나중에 혼나요"
"교수보다 선배가 더 무섭나?
"네"
교수님은 포기하고 가버렸습니다.
몇시간이 흐르고 지겨워서 죽겠는데 드디어 집에 가도 된다는 하느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우리는 눈썹이 휘날리게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직장에 다닐때도 스트라이크니 데모니 했습니다.
그때도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요즘도 뉴스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 제 머리속의 관심은 무엇인가요?
아들의 방학숙제 해결,3학년이 되기전에 무슨 공부를 어찌 시킬것인가.
어떻게 꼬셔서 내가 목표한 문제집들을 풀게 할것인가?
내년에는 각종대회에 출전해서 입상을 좀 해야 할텐데...........
시어머니 당뇨가 300이 넘어서 떨어지지 않는데 정말 고민이다.
남편은 심심하면 담이 결려서 고생하고 피곤이 겹쳐서 겁이 날 지경이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하고 매일 뭐해먹을건가 생각하고 ..........................
그런 문제들만 생각하기에도 제머리는 포화상태입니다.
다른 세상살이도 중요하지만 발등에 떨어진 문제들을 그때마다 잘 처리해야 하는것이 더욱 절실합니다.
우리 남편은 어저께 크레인을 잘못 조작해서 시공하던 옆가게 간판을 찢었습니다.
가뜩이나 일거리도 벌로없고 수금도 잘 안되고 통장에 잔고도 없는데
생돈주고 간판을 수리하게 생겼습니다.
지금 남편 머리속에는 미수금,간판수리,통장잔고 들이 꽉차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간판가게 아줌마,아저씨들이 우리랑 비슷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 남편도 모릅니다.
간판신문이 오면 자기 마누라가 혹시 거짓말 했을까봐. 자기 흉이나 봤을까봐 그거 확인하면 땡입니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자기랑 관심사가 같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세상돌아가는것,정치판,시사문제에 어두우면 아주 이상하게 쳐다보는 정말로 이상스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제가 관심있는 문제들만 생각하고 살고 싶습니다.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것입니다.
우엉이 너무 졸여지면 물렁해져서 시어머님이 싫어하시는데............
국물이 마땅찮으면 밥을 안먹는 철딱서니(?)때문에 무슨국,찌개를 끓일까 연구하고...........
아들이 좀더 공부 잘하고 어른들앞에서 예의바른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
우리딸이 계속 건강하고 쑥쑥 잘크기를 바라면서
그런 최대 관심사들을 해결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처럼 가족을 잃는 일이 없이, 모두 건강하게 살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날이 맑으면 이불을 낑낑거리면서 주차장 울타리까지 가지고 가서 널고
진드기가 호흡기에 해롭다고 땀을 빨빨 흘리면서 기어다니면서 소파밑에,침대밑에 닦고 쓸지요.
일년에 한번은 건강검진을 온 가족이 받으려면 저금도 해두어야 합니다.
아이들을 부지런히 먹이고 씻기고 일찍 재우고 하는 일들도 최대 관심사이지요.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들입니다.
이 험한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유괴까지 하는 세상에 매일 내 품안에 아이들을 살필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주차장에서 공가지고 놀다가 튀어나오는 차에 치어 죽기도 하고
후진하는 아빠차에 딸이 치어죽기도 합니다.
어떤분들은 아줌마들은 별수 없다고 하시지만
두뇌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런 모든 문제들을 머리속에 담기도 모자란데
거기다가 내년 총선이니,특검이니,대통령이 어쨌느니 까지 연구분석할수가 없습니다.
새해에는 저의 사소한 문제들이 잘 해결되는것이 소망입니다.
가족들의 무사와 안녕과 건강을 늘 기원할것입니다.
사인애드 가족여러분들의 가정에도 똑같은 기원을 하실것입니다.
그런 기원들이 모여서 큰 강이 되고 바다가 되어서 대한민국이 잘 발전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새해벅두부터 제 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두서없는글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복 많이 받으셔요!!!!!!!!!!!!!!!

부산에서 아줌마 올림

청풍: 나뭇가지님 글을 읽을때면 사람냄새가 묻어납니다. -[01/04-16:05]-

바람소리: 무관심은 사랑이 말라서 생기는 것이고, 관심은 사랑을 표현하고파서 생기는 것이라 생각이 된다.
삶의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네 걱정이 태산같으니 이웃과 타인에 무관심으로 대할수밖에 없다.
사람 인(人)자를 생각해서 서로가 의지할려는 마음만 있으면 행복한 사회를 만들수 있는데 우리는 사람의
정(情)을 잊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부산아지매의 작은 관심들이 우리네 삶의 표상입니다. 행복하십시오 -[01/04-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