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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동욱
ㆍ작성일	2003-09-27 (토) 22:18

ㆍ추천: 0 ㆍ조회: 301

ㆍIP:

만성 비염
가을입니다
뉴스에선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라고 하지만 저는 날씨가 무섭습니다
영순 아지메는 몸무게가 무서울 게고 ...천고마비..!!

천고마비라고 하는 가을이 저는 사실 공포스럽기만 합니다
살찌는 것도, 하늘이 높은 것도 안 무서운데..
가을만 되면 저는 진짜로 공포에 바르르 떱니다

환절기라서 그럽니다
저는 계절성 비염증세가 심합니다
약 한달 반 정도를 심한 일레르기성 콧물, 재채기, 기침으로 지샙니다
약을 하루 한알 먹지만 그것도 요즘 들어선 하루 하나반으로 늘었습니다

오래 전 직장생활 그만두고 작게나마 간판가게부터 시작을 했었을 때,
숲속에 있는 70평짜리 비닐하우스를 임대해서 살았더랬지요
그 속엔 [재활용 의류]가 한가득 쌓여 있는 채 였고, 습한 하우스의 방도 없는 곳에서 침대하나 놓곤
혼자서 먹고, 자고, 일년여를 일하고 지냈습니다

그랬더니 생활환경의 열악함이 저를 그 이듬해 부터 비염 증세로 몰아가 버렸습니다
콧속의 점막이 상했다는 진찰입니다. 알레르기 성으로 변했다고도 하구요
점막의 섬모세포가 온도나 먼지등을 감지하여 반응하게 되는데 이 기능이 망가져서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 콧물, 기침, 재채기를 하루종일 수시로 하게 되는 것이지요

암튼 이 비염증세는 매우 심해 약으로 인한 어지러움이나 멍한 느낌 말고도
재채기와 콧물 기침으로 인한 두통과 스트레스가 심해 생활이 짜증스러울 정도랍니다
저하고 전화하시는 분들은 항상 기침이나 재채기 하는 것을 경험해서 잘 아시겠지만...ㅎㅎㅎ
하루종일 콧속이 막혀 있는 지경은 정말 고역입니다..ㅎㅎㅎ

요즘 가뜩이나 힘들고 어지러운 때 생활비도 떨어졌고, 주변의 사람들도 부터의 이런저런 부탁도 있고
잡지사에선 사인에 관해 년중 특집기획을 써 달라고 주문 들어오고....
사인애드 특집기획기사 정리해야 하고.....
에휴휴~~머리속이 이리저리 혼란한 지경입니다.

사십이 넘으면 불혹이라고 공자는 말합니다.
세상사 욕심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공자의 생각과는 달리 저에게는 [네가 미혹되지 않을소냐?] 로 해석됩니다
주변의 이 많은 관계와 관계로부터 데체 어떻게 미혹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사십이 넘어서면서 부터 저는 만성비염환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마찬가지로 생활에서도 만성으로 유혹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티비에 자주 나오는 귀향농부, 전원생활자들의 과거로부터의 단절과 절제된 생활, 버림의 자세등을 자주 보게 됩니다.
참 부럽기만 한 모습들입니다. 저 또한 그리하고 싶으니까요.

의사나 약사들이 하는 말이 만성비염 증세는 한가한 공기 맑은 곳에서 시골생활 하면 바로 없어진다 합니다
저의 머릿속, 아니 온몸 구석구석 얽혀있는 미혹의 고리도 시골생활 하면 나을지...

용산역에서 태어나 집한칸 없는 도시빈민으로 평생 살아온 제가 흙과 함께 살고 싶다는 것,
이 또한 가당찮은 욕심 아닌가 합니다...
사십년을 콘트리트와 현란한 도시의 불빛과 함께 살아온 몸뚱아리로 흙을 만져 보겠다는 생각이야 말로 가장 큰 욕심입니다
이 놈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똥덩어리같은 욕심밖에 없으니 갈수록 태산입니다.
데체 가질게 더 뭐가 있다고 이리 욕심만 늘어가는지....

자연은 가을이 오면 ,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버리고 또 다시 시작하는 것을....
인간은 누가 만들어 놨는지 끝없이 쌓아 가려고만 합니다. 끝 없이 품어 안고 가려고만 합니다

가끔은 20 년 모아온 60기가 백업용 하드의 업무용 데이타를 황당한 실수로 몽땅 포멧할 때 처럼 그렇게...
그렇게 비우고 다시 시작해 보기도 해야 합니다.

가을, 깊어만 가는 이 가을에 제 콧속을 시원하게 비우고 싶습니다.

자연은 벌써부터 비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이 결실을 준비하는 또 다른 이면에는 비우기 시작하는 것도 있음을 배워야 합니다

사인애드 가족들도 이번 가을에는 비우는 연습을 미리 해보심 어떨지요?
어차피 모든 것은 놔 두고 갈것인 것을...
한번쯤 연습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나는 무엇을 비울 수 있을 것인가.......하고 말입니다

여기에 한번 써 보셔요 ^^

이주섭: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조금씩 비워지고 있다는 거지요 -[09/28-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