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애드]-옥외광고 전국네트워크

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2-12 (목) 10:46

ㆍ추천: 0 ㆍ조회: 233

ㆍ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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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직장 상사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는데 삐삐가 울렸습니다.
저희 남편이었습니다.
상사께서 친절하게도 전화를 허락하셔서 회의실에서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왜 그러는데요!" 모기만한 소리로 전화를 하니까
"안들린다. 크게 말해라" 고 남편이 고함치더군요.
"지금 일하는 중이예요" 조금 큰소리로 말하니까
"야! '했습니다' 가 맞나. '했읍니다'가 맞나"고 철자법을 물어보더군요.
"했습니다가 맞죠. 그럼 전화 끊어도 되죠?"
"야! 끊지마라. 더 물어볼거 있는데"
"나 지금 일하는중이란 말이예요. 사전찾아보면 되잖아요" 하고 속터지는 음성으로 대답하고는
끊어버렸습니다.
그뒤 오늘까지 남편의 철자법은 발전이 없습니다.
이제는 삐삐가 아니고 핸드폰으로 발전했다는것이 달라진점입니다.
우리 아들 학교에 급식당번 엄마로 열심히 밥 퍼주고 있는데 핸드폰이 왔습니다.
"야! 엔터테인먼트 영어 스펠링이 어찌 되냐?"
이제는 영어까지 물어봅니다.
남편이 입력한 중국집,분식집,갈비집 메뉴판은 꼭 검사를 해야 합니다.
언제든지 한두군데는 철자법이 틀립니다.
그래서 전자수첩을 장만했지만, 전화해서 묻는게 빠르니까 사용을 안합니다.
어떨땐 너무 화가나서 "남들 공부할때 뭐했는데. 학교에서 다 배운거잖아요."라고 합니다.
요새 오리고기집을 개업하면 무슨 설명문이 그리 긴지 커다란 액자에 빽빽히 적습니다.
오리의 효능,유황의 효능,부추를 같이 먹는 이유,훈제오리는 왜 좋은지....
문제는 띄어쓰기와 철자법입니다. 그런데 띄어쓰기가 더 문제입니다.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아들이 공부하는 학습사이트에 받아쓰기가 있는데
스피커에 들리는 소리를 입력하는것입니다. 10문제를 하면 7문제밖에 못 맞춥니다.
띄어쓰기가 정말 애매하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초등2학년 교과서에 나옵니다.
"겨우 여섯 명" 이게 정답인데 "겨우 여섯명"이라고 했더니 틀립니다.
"한 곳도 빠뜨리지 않고"이것이 정답인데 "한곳도 빠뜨리지 않고"라고 했더니 또 틀립니다.
"게으른 세 아들"이 정답인데 "게으른 세아들"했더니 틀립니다.
그 외에도 많았습니다. 철자법이 맞아도 띄어쓰기가 틀리면 안된다고 합니다.
간판하는데 띄어쓰기가 필요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으시지만
앞서 말한대로 요즘은 바깥에 걸어두는 간판외에도
내부에 안내문을 걸어두는 일도 많고, 그 내용을 신중하게 읽어보는 고객들때문에
음식점사장님들도 신경을 바짝 쓰십니다.
한번 걸어두면 오래 가는 간판인데 철자법이든, 띄어쓰기든 간에 정확한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신경쓰면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틀린글자는 볼때마다 눈에 띕니다.
간판 만들어주면 그걸로 끝내지만 그것을 보는 다른 모든 사람들은 틀린글자가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것입니다.
저는 유난히 그런 틀린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고, 자꾸 볼때 마다 짜증스럽더군요.
저같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라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글자와 틀리면
간판에다가 손가락질 하면서 "엄마. 저거 틀린 글자예요. 고쳐야해요"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단순해서 틀린것을 왜 안고치고 계속 걸어두는가 하고 부모에게 물어봅니다.
상상만 해도 기분나쁘지요. 내 이름이 새겨진 간판은 아니지만, 내가 정성을 들여서 만든 간판인데
사람들이 글자틀렸다고 한마디씩 한다면 속상할것입니다.
예술적인 간판시안에 더해서 정확한 글자까지 신경써서, 멋진간판이라는 칭찬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에서 주영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