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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1-31 (토)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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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대감
조 온은 이성계를 도와 새 나라를 세우고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공이 많았던 분입니다. 그는 새 나라를 세운 뒤에도 평안도로 침공한 왜구를 치기 위해서 서북면 도 순찰사의 직책을 맡아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해가 갈수록 그의 벼슬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허름한 옷을 입고 음식도 거칠게 먹었습니다. 조 온은 부하장수들과 병사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습니다. 조 온의 명령이라면 많은 병사들이 목숨을 내어 놓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신망과 존경을 받는 까닭은 두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공신의 작위를 두 번이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그의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부하 병사들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였습니다. 대신이면서도 그의 생활은 어느 병사와 똑같았습니다. 먹는 것과 입는 것은 물론 잠자리까지도 똑같았습니다.
"새 나라가 튼튼해지기 위해서는 물자를 저축해야하고, 힘을 저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애국이고 충성이다."
조 온은 부하들에게 늘 이렇게 일렀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우러러보며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 온이 벼슬에서 물러 나와 쉬고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한 젊은 벼슬아치가 조 온을 찾아 왔습니다. 그는 매우 사치스러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이도 젊은 데다 벼슬길에 올라서인지 그 벼슬아치는 매우 자신만만하였습니다. 그는 벼슬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많은 고관들을 찾아다닌 사랑이었습니다. 가는 집마다 호화롭고 위세가 당당한 것을 보아 온 이 벼슬아치는 조 온의 집이 대단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 것은 지금까지 그가 찾아간 어느 사람보다도 조 온의 벼슬자리가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벼슬아치는 조 온의 집에 와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집이 너무나 초라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축대는 물론 댓돌조차 없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부원군 고사하고 여느 대감의 집 같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팔자 좋은 이를 가르켜 '부원군의 팔자'라는 말까지 있는데 한천 부원군 조 온의 집은 너무나 초라하였던 것입니다. 젊은 벼슬아치는 자기가 혹시 집을 잘못 찾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벼슬아치는 부원군 거처하는 방으로 들어가 보고 또 다시 놀랐습니다. 방안에도 꾸민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고 왕골 돗자리만 겨우 한 장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 온이 입은 옷 역시 검소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어느 상민의 옷차림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위엄과 기품이 풍겨나오고 있었습니다. 젊은 벼슬아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 때, 마침 점심 때가 죄어 밥상이 나왔습니다.
상위에 놓인 음식을 보고 젊은이는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상 위에는 보리밥과 채소 반찬이 각각 한 그릇씩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벼슬아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습니다.
조 온은 그 뒤 자기 무덤에다 비석도 세우지 말도록 유언을 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 온의 죽음을 슬퍼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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