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애드]-옥외광고 전국네트워크

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2-12 (목) 10:47

ㆍ추천: 0 ㆍ조회: 195

ㆍ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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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일을 옆에서 도우면서 제일 하기 싫은것은 중국집 메뉴판입니다.
중국집 메뉴판 엄청나게 많은 글자들이 내 앞에 던져지면
조그만 가격까지 조심조심하면서 살살 시트지를 뜯어냅니다.
실수하면 같이 뜯어져버리잖아요. 그러면 또 그것만 따로 붙이는 이중수고를 하니까
애초에 신경을 바짝써서 온 정신을 집중해서 작업합니다.
중국집메뉴는 왜 그리 많은지요. 질 시켜먹지도 않는 메뉴까지 구색 맞춰서 써놓습니다.
주로 중국집 메뉴판은 빨간색을 쓸 경우가 많은데, 빨간색 시트지가 다른것보다
잘 안뜯어지는 때가 많습니다. 저희 가게에서 주로 쓰는 시트지는 조금 두꺼워서
컷팅할때 조절을 해서 잘 뜯어지게 해야 하는데, 바쁠때는 여러가지를 컷팅하다보니
따로 조절하는것을 잊어버려서 결국에는 시트지를 뜯는 제가 애를 먹습니다.
요즘은 목욕탕도 각종 특수효능을 광고하는 액자를 걸어 둡니다.
작은 글자들이 정말 많지요. 이색적인 음식을 하는 음식점은 반드시 효능 설명을
액자로 만들어 걸어둡니다. 이쯤 되면 작은 글자들을 떼내야 하는 저로서는
그런 주문들이 무섭습니다. 그런 작업을 완성하고 나면 머리가 아픕니다.
작은 글자들을 입력하는 순간부터 틀리지 않으려고 체크하고
컷팅을 하고 나면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뜯어내고 하는 과정들을 끝내면
제가 하는 일은 끝납니다. 무사히 실수없이 끝나면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를 한잔 마십니다.
어쩌다가 중국집에 가서 메뉴판을 본다거나,음식점에 걸린 설명문을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저거 만드느라고 고생했을거야 라고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간판이나 메뉴판,설명문을 보는 사람들은 무심히 읽어보지만
간판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묻어나는것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간판이나 메뉴판을 볼때, 그것을 만든사람의 정성도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고객들은 돈 벌려고 만드는 간판이라고 생각하지만, 돈 버는 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장인정신과 예술정신도 함께 한다는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시안을 만들때, 색깔을 정할때, 모양을 만들때 모든 공정들이 정성이 들어갑니다.
티끌이라도 묻을새라 세제를 뿌려서 열심히 닦고,매끈하게 시트지를 붙이고
형광등이 흔들릴까봐 단단히 고정하고,공들여서 만든 간판을 튼실하게 시공합니다.
간판하는데 재료비가 얼마 들어가는지 따져서, 간판가격을 흥정하려는 고객들이 간혹 있습니다.
재료비 조금 들어가고 이익은 많이 남는다고 생각하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간판을 만드는 입장에서 부탁드리자면 앞으로는 그런 터무니 없는 말씀은 삼가해주시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유형의 가치만 인정하고 무형의 가치는 소홀한 경향이 있습니다.
간판을 단순한 돈벌이로 하는 간판쟁이도 있겠지만
장인정신으로 예술간판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간판아티스트가 훨씬 더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간판예술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부산에서 주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