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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0:48

ㆍ추천: 0 ㆍ조회: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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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는 남자와 대화하면서 사는 방법
말없는 남자와 대화하면서 사는 방법

저의 경험을 거울삼아 남편들을 바꿔보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남편 최영진은 말이 없는 남자입니다.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인줄 알고 살아가는 보수주의자 입니다.
'남성우월주의자'라서 여자의 능력은 잘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홀어머니의 마마보이라서 자기밖에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가는데 불편해서 계속 조금씩 바꿔나갔습니다.

먼저 대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는 직업상 저와 말할필요가 없다고 거절하는 사람과도 얘기를 해야합니다.
마음을 굳게 닫고 표정이 굳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간판제작건을 따내야 하기때문에 그사람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인내심을 가지고 마치 물이 흘러서 단단한 흙더미가 조금씩 무너지듯이
계속 그사람과 대화를 시도 합니다.

남편에게는 먼저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날 저녁에 무슨 대화를 할건지 하루종일 그것만 생각하라는것이 아닙니다.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히 생각을 해봅니다.
일주일 단위도 좋겠지요. 아이,생활,남편의 일은 대화의 주제로 삼으면 안됩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허브를 키워보세요.
라벤다는 어떨까요.
첫째날 허브를 사와서 남편에게 자랑합니다.
왜 사왔냐고 하면 라벤다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사왔다고 하세요.
둘째날 라벤다에 대해 조금 공부해보세요.
라벤다는 두통해소와 피로회복에 좋고 향수의 원료로 쓰인답니다.
셋째날 뜨거운 물을 끓이고 라벤다 잎을 따서 깨끗이 씻어서
찻잔에 물을 붓고 라벤다잎을 띄워서 남편에게 대접해 보세요.
아마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질거예요.
넷째날 라벤다잎을 조금씩 떼어 말리세요.

다섯째날 아주 조그만 헝겊으로 주머니를 만들어서
말린잎을 그속에 넣습니다. 그리고 바느질로 꼼꼼히 봉합니다.
여섯째날 남편에게 선물하세요. 만질때 마다 부스러진 잎들이
기분좋은 향을 낸답니다.
일곱째날 남편과 같이 다른 허브를 사러가세요.
그리고는 다음 주에 또 반복하세요.
생선을 조릴때,구울때, 고기를 삶을때,구울때
허브잎을 조금씩 떼서 요리를 해보세요.
기분나쁜 냄새도 없어지고 향긋하고 오묘한 맛이 납니다.

제가 해봐서 성공했던 방법입니다.
지금은 남편이 허브를 키우지요.
당연히 허브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서 한가지를 말씀드렸지만 대화의 주제를 찾아서
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

혹시 필요한 말만 하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저는 시시콜콜히 모든 얘기를 합니다.
샤워코롱을 바꾼얘기를 합니다. 저번것과 이번것의 차이에 대해 물어보지요.
바디크렌저를 신혼여행때 썼던것으로 다시 삽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이야기 하지요. 신혼여행때 샀던 바디크렌저 샀다고.
남편은 별 반응이 없답니다.
그래도 꾸준히 시시콜콜한것에 대해 조잘거립니다.
가끔씩 타임지를 번역해서 주기도 하고
CNN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이야기 해주기도 합니다.
똑같은 국내 문제라도 우리나라 뉴스에서 보는 관점과
CNN에서 보는 관점이 다르거든요.
그것이 어렵다면 신문스크랩을 열심히 해서 남편에게 줘보세요.
남편이 관심있어하는 문제들을 모아서.

대화에 중요한것이 분위기입니다.
맨날 커피만 끓이셨다면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과감하게 투자해서 원두 커피를 준비해보세요.
간단하게 할수있는 여과기도 팔잖아요.
뜨거운 물만 따로 끓여서 여과기에 부어서 해결하세요.
커피머신은 번거롭고 전기세도 많이 들잖아요.
여러가지 향으로 준비해서 꽁꽁 여러겹 잘싸서 냉동보관해서 쓰시면
향을 보존할수 있답니다.
매일 똑같은것만 대접하는것이 항상 문제랍니다.
매번 다른 기대를 같게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죠.
가끔은 자스민같은 중국차를 , 또 어떤 때는 계피향이나 딸기향이 나는 홍차를
대접해보세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마시고 있는 차에 대해 얘기해보세요.
물론 차에 대해 미리 공부하셔야죠.
텔레비젼을 멀리하시고 저녁 설겆이가 끝나면
허브에 대해, 차에 대해,신문을 보든지
아뭏튼 공부를 하세요. 남편과 재미있게 대화 하는 인생을 위해
드라마를 포기하세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는거예요.
드라마를 포기못하시면 계속 말없는 남편과 그날이 그날이다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제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서 이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어떤 아줌마가 혼자 이사왔어요.
어떤 사장님의 애첩이랍니다. 스스로 저에게 말하더군요.
우리 라인은 25층인데 유일한 새댁인 저에게 말을 붙이면서
차를 마시러 오라더군요.
우리 라인은 평수가 크지는 않지만 현대아파트라는 브랜드가 있어서인지
새댁들이 살기에는 조금 비쌉니다.
그래서 그때 새 아파트에 입주해보니까 새댁은 저밖에 없었어요.
하루는 그 아줌마 집에 가봤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깨끗하더군요.
3살과 5살이 있어서 어지르고 있지만 부지런히 치웠어요.
둘다 남자애였어요.
그 아줌마가 하는 말이 언제 남편이 올지 모른다.
그래서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산다. 고 하더군요.
남편이 어느날 왔는데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면 가버릴것 같아서
아이들이 어질르면 계속 치운대요.
자기도 오전,오후 두차례 화장을 새로 고친대요.
머리도 언제나 다듬어서 실핀으로 고정한것이 보통 정성이 아니예요.
남편의 사랑이 가버릴까봐 무지 노력하더군요.
저는 그 아줌마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결국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본처와 이혼하고 애첩과 재혼했어요.
그 아줌마는 다른데 이사갔지만 계속 긴장하며 자기를 가꾼다고 해요.
언제 본처꼴이 될지 모르니까.
우리는 아니야.
그거는 남의 얘기야. 드라마에 나오는 얘기야.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아닐까요.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책임감이나 정들어서 사는 부부보다는
계속 설레이고 기대하고 안보면 그리운 관계로 살아야 하잖아요.
아내가 며칠 집을 비우면 필요하니까,불편하니까 보고싶은것이 아니고
정말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 보고 싶어야 하잖아요.
김치도 똑같고,마시는 물도 똑같고, 밥도 똑같고, 모든게 똑같은 그런 환경이
아닌지 주위를 살펴보세요.
우리 남편은 나랑 헤어지면 티라미수 같은 케익을 못먹을 거라고 걱정합니다.
티라미수를 제과점에서 팔기에는 수지가 안맞아서 제과점에서는
안판다고 하더군요. 생크림맛이 나는 이탈리아 치즈케익이지요.
티라미수는 이탈리아말인데'천국에 오르는 기분'이라는 뜻입니다.
정말 맛있어요.
남편이 좋아하는 밥상으로 신경써 보세요.
새로운 요리 한가지로 대화가 시작되잖아요?

모쪼록 매일매일이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저의 남편은 저의 조잘거림을 졸음방지용으로 써먹지요.
그래도 제가 옆에 없이 운전하는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어디든 같이 가려하고 만일 아무말없이 조용히 있는 날은
어디 아프냐고, 기분 나쁜일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늘 일방적으로 저만 이야기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제가 물어보는것에 대답하는 정도이지만
저는 계속 남편을 재미있게 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합니다.
아들이 심심하다고 자꾸 재촉하는군요.
어제 빌린 비디오라도 갖다주러 와야겠어요. 바람도 쐴겸해서요.

안녕히 계세요 또 편지할께요.

주영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