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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0:48

ㆍ추천: 0 ㆍ조회: 62

ㆍIP:

연말을 맞이하는 아줌마가 몇자 적습니다.
연말을 맞이하는 아줌마가 몇자 적습니다.
오늘 저녁에 시누님 집에서 연말파티를 한답니다.
저는 언제나 외출준비가 청소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욕실까지, 앞뒤 베란다의 휴지통까지 깨끗이 씻어서
엎어두고 부엌정리도 다해놓고 우식이는 지금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우식이를 씻기고,입히고,제 준비를 하고
나면 남편이 올겁니다.
그러면 갈겁니다. 남편은 준비할것도 없으니까.

원래 우리집에서 할려고 했는데 제가 결사반대 해가지고
형님집에서 하기로 했어요.
한번 모이면 얼마나 힘이 드는데요.
저번에 우리집에서 했는데 이번에는 시누이들이 해야지.

오늘은 제 월급날입니다.
저는 월급사장이거든요.
연말보너스도 10만원 받았어요.
월급을 연봉으로 받는날이 빨리 오기를.
월급은 손대지 않고 모두 저금한답니다.
얼마전에는 특별상여금을 받았어요.
매출보너스라고 하면서.
제 명함에 영업담당 주영순 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다시 프로그래머로 갈까봐 남편이 온갖 술수를 쓰는것 같아요.

지금은 다이어트중인데 맛있는 음식먹으러 가자고 하고
아이고 괴로워라.
그동안 모자라는 식사량을 두부를 먹으면서
부지런히 다이어트해서 날씬해졌다고 모두 그러는데
오늘 도로아미타불 안되게 해야 하는데
아이고 괴로워라.

우식이가 제방을 깨끗하게 청소해서
자랑하러 왔네요. 봐 주러 가야겠어요.

정말 기특하네요.
아주 말끔하게 정리정돈 했네요.

저는 냉정한 엄마여서
청소 안하고 지저분하면 당장에 무서운 얼굴로
쌀 푸대를 갖고 와서 다 집어넣고
바깥에 계단옆에 쓰레기통옆에 둡니다.
그러면 우식이는 울면서 앞으로는 청소 잘하겠다고 맹세하지요.
그러면 다시 쌀푸대를 갖고 와서 방에다 붓습니다.
우식이는 열심히 울면서, 열심히 정리정돈을 합니다.
우리집에는 규칙이 있는데
1. 해가 지면 우식의 물건이 우식의 방밖으로 나오면 안된다.
2. 우식아버지,할머니,수학동화선생님이 오신다고 전화가 오면
해가 안졌더라도 모든 물건은 거실에서 우식의 방으로 이동한다.
단, 정리정돈은 천천히 해도 된다.
3. 엄마가 청소하라고 할시에는 무슨일을 하고 있든지간에 그만 두고
청소가 끝난뒤에 계속한다.
4. 규칙을 안 지키면 벌을 받는다.

남편은 우식이가 머리가 복잡할거라고 합니다.
엄마가 정한 규칙만 외워도 너무 꽉 차지 않을까 하고.
먹으면 안되는것들,하면 안되는것들을 외우고
먹어야 하는것들, 해야 하는것들을 외우고 있어야
행동에 실수가 없고 야단 안맞으니까.

하지만 어리다고 봐주면 끝이 없고
이제는 규칙이 몸에 배어야
나중에 학교에가서 사회에가서 제 몫을 하고 살지요.
그래서 다소 엄하고 가혹해보여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접시도 플라스틱은 다 없애고 사기만 씁니다.
깨져도 할 수없다고 여기고 일부러 유리컵에 물이나 쥬스를
담아준답니다. 아직은 안깨졌어요. 1년쯤 되었는데.

우식이가 아직도 감기가 안나았어요.
참 끈질긴 감기예요.
꼼꼼하게 챙겨서 따뜻한 보리차도 계속먹이고
소금물 소독도 하고(코에 비염증세가 있어서)
한약도 먹이고, 밥도 꼬박 꼬박 잘챙겨 먹이는데
안떨어지네요. 기침소리만 들으면 내 머리가 아파요.
아이고 골치야.

내년이면 35살이 됩니다.
그런데 실감이 안가네요.
거울에 비친 내얼굴에는 주름살도 없고,기미도 없고 그래서인지
나이를 먹어간다는 실감이 별로 안갑니다.
어디 특별히 쑤시고 아프지도 않고
아직도 뒷산에 쌩쌩하게 약수뜨러 가거든요.
숨차거나 다리 아프지도 않아요.
우식이도 산에 잘오릅니다. 날쌘 다람쥐 같이 잘 뛰어다닙니다.
사실 저는 다리에 힘이 없어요.
무거운 간판을 남편과 마주 들면 그만 주저앉기도 한답니다.
순간적인 힘을 잘 못써요. 지구력은 좋지만.

내년에도 모든 행복이 가득하시고 건강하세요.
저는 오늘과 내일은 실컷 먹고 내년부터 다이어트 할랍니다.
또 편지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