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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2:02

ㆍ추천: 0 ㆍ조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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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보내기
2001.4.23(월) 14:34

행복한 주말보내기

새벽에 일어나서 잠자고 있는 우식을 안고 작업현장에 가서 오전내내 간판을 달고
점심은 집에가서 먹고, 푹 자야겠다고 기분좋게 생각했는데 남편은 기운이 남아도는지
붕어낚시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고 합니다.
평소에 봐둔곳이 있는데 거기 가자고 하면서.
결국 지금 붕어낚시터에서 이글을 씁니다.
아들은 남편옆에서 앉아 낚시구경을 하고 있고, 저는 차안에서 이글을 씁니다.
충동적으로, 무계획으로 움직이는 남편덕분에 항상 간식과 비상식량,코펠등이 실려있어서
아이가 원하는 과자도 쉽게 줄수 있습니다.
오다가 컵라면도 사왔습니다.
남편은 컵라면을 먹어도 밖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합니다.
집에서 할일없이 TV만 보면 온몸이 쑤시고 심할때는 온몸이 썩는것같다는 표현까지 하면서
좀이 쑤셔서 견딜수가 없다고 합니다. 특이한 인간이죠?
시어머님 말씀대로 사주에 역마살이 끼었나봐요.
남편은 대낮에 태어났고, 여름에 태어났고, 말띠입니다.
저는 한밤중에 태어났고, 겨울에 태어났고, 양띠입니다.
한여름에 초원을 달리는 백마가 남편이라면
한겨울에 따뜻한 짚위에 누워 잠든양이 저입니다.
다른 여자들은 우리남편을 부러워하면서 자기 남편을 구박합니다.
저보고 호강에 겨워서 불평한다면서 오히려 야단칩니다.
저는 집에서 지내고 밖에 안나가는것을 좋아합니다.

멀리보이는 아들과 남편의 모습이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합니다.
아이들은 어릴때 누구든지 차타고 밖에 나가는거 좋아합니다.
유치원에서는 월요일마다 발표회를 한다고 합니다.
주말에 뭐했는지 발표시킨다는군요.
다른 아빠들이 "뭐 그런거를 유치원에서 시켜. 짜증나게. 나를 아주 죽여라.
피곤해서 죽겠는데 어딜나가."

월요일 아침에 유치원버스를 기다리면서 계속 남편들을 욕합니다.
주말내내 TV보다가 자다가 일어나서 먹고 또자고....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고 불평불만이 대단합니다.

이곳은 한쪽에는 작은 저수지이고, 다른편에는 유채꽃이 가득합니다.
멀리 고속도로에 차가 거북이 걸음으로 가다가 서다가 밀리는군요.
엄마와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서 억지로 나온 아빠들이
고속도로에 머물러 있나 봅니다.
아이들은 차가 밀려도 신나합니다.
엄마들도 모처럼의 나들이로 들떠서 차가 막히든 밀리든지 그저 희희낙락입니다.
아빠들 인상만 벌레씹은 얼굴입니다.
우리가 오면서 반대편 차선의 차들을 봤는데, 차속 풍경이 그렇더라구요.
불쌍한 아빠들.
일주일 내내 피곤하게 일하고, 주말에는 도로위에서 스트레스 쌓이고.
정말 안됐어요. 측은해요.

다시 아들과 남편을 보니까 아들이 애교스럽게 남편에게 과자를 먹여주고
음료수도 먹여주고 난리네요.
무슨 애첩같네요.
예전에는 우리가 먹여주는것을 받아먹더니
6살이 되니까 우리에게 먹여주는것이 재미있나봐요.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는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쪽 차가 있는곳에서, 저쪽 저수지로 가려면 비탈길을 내려가서
다시 비탈길을 올라가야합니다.
아이는 이제 슬슬 기어서 내려가고, 다시 기어서 올라갑니다.
비록 기어서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혼자서 한다는것이
엄마눈에는 대견스럽게 보입니다.
우리차 앞에는 커다란 밴을 몰고 어떤 아저씨가 와 있는데 아저씨는 아이들이 다 커서
같이 안다니려고 한답니다. 부인도 모임이다,관광이다 해서 바쁘고.
같이 낚시다닐사람이 없다는군요.
아이와 부인과 놀러다니는것도 잠깐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정말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이제는 불평을 하지말고 이순간을 즐겨야겠습니다
아이는 금방자라서 우리곁을 떠나버릴테니까요.
우식이가 우리곁에 있는동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서
나중에 늙어서 외로울때 생각할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다음에 또 쓰겠습니다.

영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