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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1:34

ㆍ추천: 0 ㆍ조회: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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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시절의 공주병
2001.1.20(토) 11:52

직장시절의 공주병
졸업을 하고 교수님이 추천해주시는 멋진 전산실을 거절하고
프로그램 용역회사에 취직했습니다.
필기시험보다 더 까다로운 프로그램과제를 완성해서 만들어 제출하고
드디어 합격을 해서 취직을 했습니다.
그 회사에서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사수'라고 부르는
선배를 배정해주었습니다.
사수는 냉정하고 도무지 가르쳐줄 생각을 안했습니다.
첫출근때에는 화사하던 영순이의 얼굴에
점점 미소가 사라지고 표정은 굳어갔습니다.
어떤날은 꿈을 꾸는데 절벽에 줄을 잡고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사수가 다 올라 가고 저를 내려다 보더니 줄을 끊어버렸습니다.
자주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아슬아슬한 다리를 겨우 가고 있으면 사수가 역시 나타나서
끊어버렸습니다. 악몽을 꾸니까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부모님이 놀라서 잠을 깨시고 제방으로 뛰어와서
왜 그러냐고 걱정하셨지요.
어느날 결국 아버지께서 회사에 오셨답니다.
제가 외근나간사이에 오셨나봐요.
집에가니까 당장에 그만두라셨어요.
그때 저는 XT컴퓨터를 쓰고, 선배들은 286AT를 쓰고 있었어요.
작은 사무실에 10명도 안되는 직원에 영세성이 한눈에 보이죠.
자신의 외동딸이 이런 손바닥만한 회사에 근무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드셨던거예요. 대기업을 마다하고.
그래도 고집을 부려서 끝까지 열심히 해서 6개월만에
단독으로 한 회사를 맡아서 관리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그회사가 있는데 장난감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회사였어요.
제조,영업,재고,수출업무까지 프로그램하느라고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밤낮으로 회사에서 살았지요.
그때는 누구에게도 의지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모든것을 혼자 해결해 나갔죠.
공주병증세는 전혀 없었습니다.
1년뒤에 새로운 분야를 찾아서 일하고 싶어서 그만 뒀죠.

그뒤에 처음 소개되던 CAD분야의 회사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고 거래회사도 외국회사가
많았어요. 공주행세 할 필요가 없었죠.
너무 공주님 대접을 해줘서 황송할 지경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자기가 물마시고 싶어서 물을 마시면
제게도 꼭 물을 갖다주었습니다. 외국인 남자가.
차를 타려고 하면 꼭 차문을 열어주고, 내릴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회식이 있어서 불고기를 먹으러가면 고기를 열심히 구워줬어요.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차츰 익숙해져서 어느새 당연하게 되었어요.
가뜩이나 증세가 있는 영순이에게 아주 더 심해지는 결과가 되었죠.
회사가 개편되면서 외국인들은 각자의 나라로 가버리고
공주병에 절어있는 영순이와 매너없는 한국동료남자들만 남았죠.
그날부터 무거운것도 혼자 들어야하고
양산공단에 갈때는 시골시외버스를 타고 가야했습니다.
그래도 제 공주병증세는 사그러들지도 않고
계속되었는데 다행히 동료들이 착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많이 배려받고 보호받으면서
직장을 다녔습니다. 결혼하기전까지.

다음에는 결혼이야기 해드릴께요.

회상에 젖어서 마구 쓰고 있는 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