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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5-04 (화)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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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길이와 박서방
상길이와 박서방

우리 나라 민담에 '상길이와 박서방'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말을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물음에 답을 주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박상길이라는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 푸줏간을 내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푸줏간에서 하는 일을 아주 천하게 여기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푸줏간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주 천한 사람으로 대우 받았습니다.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습니다.
"얘 상길아, 고기 한 근 다오."
"예, 그러지요."
박상길은 공손하게 대답하며 솜씨 좋게 고기를 베어 주었습니다.
뒤에 물러서 있던 한 사람은 상대가 비록 천한 신분의 백정이었지만, 나이 든 사람이라 함부로 말하기가 거북하였습니다.
"안녕하시오, 박서방? 여기 고기 한 근만 주시오."
"예, 고맙습니다."
기분 좋게 대답한 박상길은 선뜻 고기를 잘라 주었습니다. 그런데 고기의 양이 조금 전에 산 사람보다 갑절도 넘어 보였습니다.
그러자 먼저 산 사람이 화가 나서 따졌습니다.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이렇게 많고, 나는 요것밖에 되지 않는단 말이냐?"
그러자 박상길은 느긋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예, 손님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요, 이 어른의 고기는 박서방이 잘랐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그만큼 '말'이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 나라의 말을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아낀다는 프랑스에서는 '더럽다' 혹은 '추접다'는 말 대신에 '깨끗하지 않다' 또는 '깨끗하지 못하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가능하면 깨끗한 어휘로 된 말을 가려 쓰기 위해서입니다. 깨끗한 말을 쓰는 순간, 우리들의 마음도 틀림없이 정갈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하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이 아무리 어리다고 할지라도 분명히 그들은 독립된 고귀한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밤낮없이 '이거 해라, 저거해라.' 혹은 '늦잠 자지 말아라.'라고 들볶는 것보다는 "얘, 노 요즘보니 다 좋은데 산수 도형의 넓이 계산 문제를 좀 어려워 하는 것 같더라. 어디 나와 함께 한 십 분 동안 같이 공부하지 않겠니?" 혹은 "자, 이렇게 온 식구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함께 운동을 하니 얼마나 좋니? 앞으로도 우리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운동을 하도록 하자구나." 하고 말한다면 훨씬 정도 깊어지고 능률도 많이 오를 것입니다.
결국 말이라는 것은 목에서 나오는 단순한 소리만이 전부가 아니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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