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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3-17 (수) 16:17

ㆍ추천: 0 ㆍ조회: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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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음을 이해하고 알아준다는 뜻입니다)
옛 중국 전국 시대의 사람인 백아는 거문고의 명인이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일과 그 느낌을 거문고에 실어 가락을 읊었습니다.
그의 친구 종자기는 백아를 찾아가 그의 거문고 소리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습니다.
종자기는 그의 거문고 소리를 듣기만 하고도 그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백아가 마음속에 산 속의 풍경을 그리며 거문고를 타면 옆에서 듣던 종자기가
"아! 그야말로 태산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 같도다."
하면서 감탄을 했고,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상상하며 거문고를 타면
"정말 시원하군. 양자강이 눈 앞에 흐르고 있는 듯하니 말일세."
하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그 후 종자기가 죽자 슬픔에 젖은 백아는 거문고의 줄을 끊고 죽을 때까지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자기가 연주하는 거문고의 소리를 이해해 줄만한 사람이 종자기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나 마음이 잘 통하는 친한 벗을 지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구를 잘 이해하는 것은 친구를 사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생의 고락을 함께 나눌 친구를 가진다는 것은 그 만큼 삶을 풍부하게 살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을 갖추는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통해서 참된 친구의 필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그 친구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보살펴 주는 즐거움 또한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종자기는 백아의 마음을 잘 읽고 있습니다. 거문고의 음률만을 듣고도 친구의 모든 마음을 짐작합니다. 그것은 평소 생활에서도 깊은 교감이 있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서구 유럽의 어느 음악가 가정에서 식구 한 사람이 피아노 건반 하나를 골라 두드리면 온 식구들이 그의 기분을 짐작하고 행동에 조심한다든지, 또 울 나라 옛 시골에서도 집안 어른의 기침 소리만 듣고 그분의 건강, 기분까지 짐작하는 일은 모두 평소 깊은 교감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들 내가 먼저 친구를 이해해 주기보다는 친구가 먼저 나를 깊이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친구의 좋은 점보다는 친구의 나쁜 점이 먼저 보이는 것도 그러한 점 때문일 것입니다.
백아는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종자기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고 말았습니다. 이는 종자기에 대한 백아의 의리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서 백아와 종자기의 우정 이야기는 더욱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러나 백아가 종자기의 죽음을 슬퍼하며 계속해서 거문고에 더욱 정진하였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의 거문고 혜택을 보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우정은 아름답습니다. 나에게도 종자기와 백아 같은 친구가 있는지 한 번 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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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종자기와 백아가 곁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종자기와 백아는 아무것도 아니듯이 좋은 친구를 분별하는
눈과 귀를 가져야 한다. 교훈적인 글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나를 돌이키는 하루이기를 기도합니다. -[03/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