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등록비번분실현재접속자
이자리의 주인은? 이자리의 주인은
   

I D
PW
회원등록 비번분실
커뮤니티


  free talk
자유게시판  
특별한 주제가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작성자 나뭇가지
작성일 2004-05-01 (토) 15:10
ㆍ추천: 0  ㆍ조회: 213      
IP:
퇴고 이야기
퇴고 이야기 ( II )



옛 중국에 왕형공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어느 날 시를 지었는데 '봄바람은 또다시 강 남쪽 언덕을 푸르게 하네(春風又綠江南岸)' 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평범한 것처럼 보여 「綠」자를 「到」자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봄바람도 또다시 강 남쪽 언덕에 이르렀네'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한참 뒤에 보니 「到」보다는 「過」가 어울릴 것만 같았습니다. 「過」를 쓰면 '봄바람은 또다시 강 남쪽 언덕을 지나가네'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入」보다는 못한 것 같았습니다. 「入」을 쓰니 '봄바람은 또다시 강 남쪽 언덕으로 들어오네' 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滿」이 더 좋아 보였습니다. 「滿」은 '가득 찬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綠」보다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그는 「綠」이라고 쓰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이만큼 글 쓰기란 힘든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습니다.
고려 때에 정지상과 김부식은 서로 글솜씨를 다투는 시적이었습니다. 둘은 난형난제 였습니다.
마침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관군의 사령관이었던 김부식은 정지상이 그 난에 관련되었다고 여겨 처형해 버렸습니다. 숙적이었던 정지상을 처형해 버린 김부식은 그 뒤 혼자서 글재주를 뽐내었습니다.
어느 봄날 김부식은 시 한 수를 지었습니다.
'버들가지는 일천 가지로 푸르고, 복숭아는 일만 송이로 붉구나.'
라는 것이었습니다.
김부식은 기분이 좋아서 이 구절을 흥얼거리며 변소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때, 변소 아래에서 정지상의 주먹이 불쑥 올라 오더니
"이놈아! 버드나무가 일천 가지인지 복숭아가 일만 송이인지 누가 세어 보았느냐? 왜 '버들은 실실이 푸르고 복숭아는 송이송이 붉구나'하고 하지 못했느냐?"
라고 외쳤습니다.
김부식은 몹시 아팠지만 질 수는 없었습니다.
"일천 가지라 함은 그만큼 수가 많다는 뜻이고, 마찬가지로 일만 가지도 그만큼 수가 많다는 뜻이 아니냐?"
"이놈아! 그래도 시에서는 '아'다르고 '어' 다른 게 어디냐? 모름지기 시란 느낌이 부드러워야 하는 법, 빨리 못고치겠느냐?"
"아, 아, 알았다."
김부식은 간신히 정지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부식은 정지상의 글재주에 새삼 탄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김부식은 귀신이 된 정지상의 눈초리를 벗어나지 못해 일찍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좋은 글은 정말 쓰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나가기란 더욱 힘이 듭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어 나갈 때에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또 지켜나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Copyright (c) 1995-2002 by iyagi. All rights reserved.
webmaster@iyagi.co.kr  

  0
3500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964 저랑 볼링한판 하실래요?... 오래된향기 05-02 21:28 183
3963 잠시 쉬어가세요 ^^ 오래된향기 05-02 21:21 196
3962 퇴고 이야기 나뭇가지 05-01 15:10 213
3961    Re..知音 [1] 바람소리 05-01 23:14 225
3960 잠을 잔 통신병 [1] 나뭇가지 04-29 17:43 261
3959 털없는 원숭이와 철새들.... 오래된향기 04-29 02:13 347
3958 일하는 행복 나뭇가지 04-28 17:52 189
3957 호우경보(최우식) 나뭇가지 04-28 13:08 206
3956 평형잡기 힘드네요(최우식) 나뭇가지 04-28 13:05 212
3955 훌쩍 ! 삐짐....... [1] 렁이 04-26 02:51 225
3954 일요일 나른한 오후입니다 노래 한곡 들으세요... 오래된향기 04-25 16:48 195
3953 말뚝 나뭇가지 04-22 15:09 207
3952 점심 거르지 마세요 나뭇가지 04-22 14:54 212
3951 옥외광고업소(간판) 사인디자인 공모 사인애드 04-22 02:34 227
3950 임금님의 후회 [4] 나뭇가지 04-21 14:39 488
3949 우리 아들이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2] 나뭇가지 04-21 14:27 268
3948 기분 UP [24] 나뭇가지 04-20 18:38 237
3947 "수탉은 해가 왜 뜬다고 생각하나요?" 오래된향기 04-20 01:22 230
3946    Re..예전에는 저도 그랬습니다. 자아도취 나뭇가지 04-20 11:19 222
3945       Re..그거는요.. [26] 오래된향기 04-20 19:20 251
1,,,11121314151617181920,,,209

[사인애드]는 정보통신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개인정보호 약관을 제시하고 이의 보호에 최선을 다합니다.
Copyright ⓒ SignAD - All rights reserved.1995-2012 / signad@naver.com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71-1 우림로데오스위트101호 / 운영본부:김동욱
전화:031-915-0559 / FAX:0505-912-4282 / 사업자등록번호:128-04-26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