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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동욱
ㆍ작성일	2003-04-04 (금) 17:02

ㆍ추천: 0 ㆍ조회: 158

ㆍIP:

저도 선친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20 년전...
오래전 일이라 기억조차 가물해지는 아버지의 얼굴
일년에 몇차례의 상차림위에 올려진 아버지의 똑같은 낡은 흑백사진

어제 익산시에 있는 선산에 어머니와 함께 다녀 왔습니다
뻥 뚫린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은 어머니와의 봄나들이 길이었습니다
행담도도 들러 바닷바람도 쐬고...

아버지의 산소는 먼친척의 선산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지요
소나무가 자라 햇빛도 잘 들지 않아 이장을 계획하고 있는 터 입니다

가난한 집안의 가난한 자식들이 겪어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가족들...
독립된 선산하나 갖지 못하는 자손들의 부담도 작지 않습니다
아직도 시골을 지키는 작은 아버님으로 부터의 야단전화에 장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합니다

그저 습관처럼 국화꽃 몇송이와 소주한병이 전부인 상차림 뿐인 자리에
칠십이 넘어도 손자하나 며느리하나 없는 늙은 어머니의 신세 한탄이 더해집니다
대학까지 나온 멀쩡한 아들....
딸 다섯 낳고 여섯째에 낳은 하늘같은 아들인 큰 아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오십년을 같이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저와 같겠습니까마는....
이번 성묘길에는 유독 어렸을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아마도 살아 갈 날이 많지 않음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국립 사범대학까지 다닌 큰 아들이 험한 간판 일한다고 했을때의 어머니의 걱정도
이제는 한숨 섞인 한탄으로 바뀌었습니다.

사그러져가는 어머니의 바람과 희망의 무게가 제 어깨위에 해마다 쌓여갑니다.
항상 행복은 돈에 있지 않다고 말씀을 드리면서도...
그 놈의 가난에 대한 지긋지긋한 기억은 어찌 할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돈 벌이 셚챦은 아들에 대한 실망은 설득될 수 없는 진리처럼 다가옵니다
이제 자식들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 끊으라고 말씀드려도...
말하는 내가 오히려 바보인 것을 저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보신탕 먹고 오면 절하는거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에
형식만 남은 절하기도 못하고 산을 내려 옵니다

작은어머니께서 넣어주신 찹쌀주머니 하나가 주는 편안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게 아주 오랜 옛것에서 나오는 참 귀한 향기처럼 다가옵니다 .

36살이나 먹은 사촌동생이 아직도 장가를 들지 못하는 [시골]...
공무원 시험준비하는 둘째 사촌동생...
드넓은 봄들녁에서 피어 오르는 늦저녁 연기구름을 뒤로 하면서....

또 조용히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인간동물들이 한도 끝도 없이 북적대는 초 거대도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