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애드]-옥외광고 전국네트워크

ㆍ작성자	김기석
ㆍ작성일	2001-05-17 (목) 12:02

ㆍ추천: 0 ㆍ조회: 72

ㆍIP:

분노
언젠가 8층높이의 내과채널문자 트랜스교환을 하러 바작업을 했던적이 있었다.
청주에 간판집이 없었던걸로 알고있었다는 원장의 말은, 차라리 덜 비참했다.
속시원히 지방의 기술이나 감각이 못마땅해서 서울에서 해왔다고 할것이지,
8만원을 요구하였더니 원장님 하시는 말씀이 내과는 돈도 안된다,
외과같은 경우는 머리깨지면 손 한번만 대도 백단위로 나가지만,
내과는 웬갓 못된 똥검사,오줌검사하고 삼천얼마 받아서 간호사 월급주고나면
그만이라고,
사회적으로 그나마 존경을 받는 그들 아닌가,
(지금은 그들도 돈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들은 누구인가,
어릴적 꿈이 뭐냐고 하면 훌륭한 의사가 되어 가난하고 병든자들을 돌보고 어쩌고,
제2의 슈바이쩌가 되고 어쩌고 저쩌고.....
의사선생님들을 매도하려고 했던것은 아니다.)

그들이 그것이 되기위하여 수많은 해부와 분석을 하며 6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다면
우리도 그들만한 노력은 했었고 그들이 나름대로의 결론을 갖기위한 소신이 필요하듯이
우리에게도 계속 뜯고 분석하고 공부하고 또 계속 하고있을것이다.

비교자체가 엉뚱하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괜히우리 간판하는사람들의 입지에 화가 난다.

또 분명한건 우리들은 바보들이라는것이다.
우리들은 정말 바보다.
그들이 어디에 있건 선생님소리를 듣지만 우리가 어딜가면
간판쟁이아저씨 왔네! 조금 나은건 사장님 소리겠지만....

그들은 앉아서, 혹은 서서 일을하지만
우리는 한발은 난간에 한발은 사다리에 감고 잠깐 실수라도 하면
부러지든, 사다리에서 떨어져봐야 죽지는 않겠지.
사다리에 서서 일하는건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니니까!
늘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으니까.
그나마 발바닥을 허공에 대고 한참만에야 땅을 밟았을때 그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들은 낮에 일하는것보다 야간에 진료를하면 야간 할증이라는 명목하에
천얼마를 더받는다.

견적을 넣고 다음날 지나가다보면 그자리엔 빨간색의 그간판이 뽀얀하게 있다.
후딱 뚜껑 떼어다가 쉬지도 않고 하고 , 또해서 밤사이에 끝낸것이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그 부지런함에 그 이름모를 간판집 사장에 경의를 표한다.

나는 이일을 15년째하고 있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겨우겨우 장만한 열일곱평짜리 아파트에서
자식욕심은 많아 딸하나에 아들둘에 그리고 마누라님과
오손도손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머릿속으로
몇년째 계속되는 이분노를 이제야 끝내야할것같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마흔살이 넘어도 이 분노가 끝나지않는다면 화병이라도 날것 같기 때문이다.
십년뒤 마흔다섯이 되도 이렇게 살고싶지 않기때문이다.

주위엔 나보다 일찍 시작한 마흔안팎의 선배들이 있다.
아직도 사글세와 전세집을전전하며, 이십여년가까이 이일을해오면서도 말이다
후딱해버리고 카드와 고스톱을하며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나는 술을 좋아한다,
물위의 달을 잡으려 빠져죽었다는 이태백정도는 아니지만
그들과 다른것이 있다면 나는 도박은 하지않는다.
언젠가 코사인전에 사인애드홍보차 여관에서 지역운영자들끼리 그때가 처음이다.
체질적으로 떼이면 억울하고 따도 내돈이 아니라는 천성때문일것이다.

이제 플랙스사인의 노하우는 없어졌다.
누구나 다 만든다.
의사들이 그들의 권리와 나은 미래를 위하여 오래전부터노력하여 일구어낸 결과이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하지않았다.
아플때 우리는 그들에게 애처롭게 처방전을 받는다
아플땐 그들말을 믿어야 하고 그들이 신이다.
하지만 광고주는 애처롭게 바라보지않는다.
견적을 넣으면 알았슈! 가슈! 연락기다리슈!
그다음날엔 그것이 조롱하듯이 매달려 있고,

의사의 명예와 사회적인 그것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것마져 못받는다면 가격이라도 잘받아 사글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집으로 내집에서 2층짜리 양옥집이라도 살아야할것이 아닌가!
하청집과 자재상들에게만 가져다준 돈이 얼마인가!
죽겠다 하면서도 그들은 확장하고 건물짓고.........

자질구레한 일들을 어느정도 끝냈다.
분노를 삭히고 다시 할것인지,
아니면 쪼그만 칼국수집이라도 할것인지는 잠깐의 여행을 하고난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간판일을 사랑한다.
공무원시험보고 떨어져서 배타러갔다 안굶어죽으려고 들어간곳이 간판집인 연유로
지금까지 해왔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저집간판 아빠가 만들어서 장사가 잘되는거야 라는
말도 해가며, 그렇게 그렇게...

어느 건물에서 잠깐의 실수로 가족들과 헤어지기가 싫은건지도 모른다.

컴퓨터가 잘못 나왔다는 이기적인 생각이전에
우리의 미래와 권리를 찾기위해 안일했다는건 자명한 사실이다.

나 이제 떠나리!
자유로운 사고와 스러져가는 복잡한뇌세포를 편안히 위로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