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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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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01-01-19 17: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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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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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질서를 지키자] (11) 간판무질서
2001년 1월19일(金) 오후 2:53
특별취재팀기자
“업소를 찾는 정보제공 구실을 해야할 간판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렸습니다.” 간판 개선 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의 ‘광고물 정비팀‘ 관계자가우리의 간판문화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대도시 뿐 만이 아니라 중소도시에 이르기까지 거리의 간판은 우리 사회무질서 그 자체다.
어떻게든 크게만 만들고 가능한한 원색적인 색깔로 치장하려 한다. 서울시내는 온갖 네온사인에 불야성을 이루고 건물은 갖가지 간판으로 둘러싸여 흉물스럽다.
서울 도심 주요 빌딩은 건물 외벽 전체가이 아예 간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강남 신사동이나 종로 3가 등 이른바 유흥가는 어디나 룸살롱, 단란주점,노래방, 카페, 음식점 등에서 경쟁적으로 설치한 네온사인들이 정신마저잃게 한다.
인도는 각종 입간판과 돌출 간판으로 점령당한 지 오래됐고 차도 위까지나와있는 입간판도 있다. 차가 지나다니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행인들은입간판을 피해 다녀야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서울에서 일동쪽으로 가는 43번 국도변은 음식점과 러브호텔 등이 세워놓은 대형 입간판이 도로 경계까지 점령하고 있다.
업소간에 서로 더 크게 더 잘보이도록 간판 세우기 경쟁을 하다보니 운전을 방해하는 지경까지 도달할 정도다.
주택단지인 아파트 상가건물도 간판에 관한 한 대표적인 무질서 지역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H아파트단지.
단지 초입에 위치한 3층짜리 상가 건물에는 무려 100여개의 간판이 가로·세로로 얽혀 있다.
지하까지 4개층의 공간에 입주해 있는 30여 업소가 각각 3개 이상씩의간판을 붙여 놓고 있다.
찾으려는 업소가 어느 층에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간판은 이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위·아래층 사이에 엉겨 붙어 있는 간판은 흉물에 불과할 뿐 정보 제공구실을 하지 못한다.
너덜너덜 붙어있는 간판은 심각한 안전 문제도 야기한다.
지난해 8월 태풍이 몰아닥쳤을 때는 바람에 날려간 간판에 맞아 지나던행인이 중상을 입었다가 결국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정릉에 사는 김경기씨(40세)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종묘공원 부근을 지나다 낯이 뜨거워진 경험을 했다.
어둑어둑해지자 부근 단란주점에서 경쟁적으로 보도에 세운 이른바 에어라이트(튜브에 공기를 불어 넣고 불을 켜는 입간판)에 새겨진 자극적인문구 때문이었다.
“미시촌,미인 30명 대기. 화끈하게 보여드립니다” 김씨는 아들의 의아해 하는 눈길을 덮느라 걸음을 재촉할수 밖에 없었다.
서울시에서만 구청에 신고된 옥외광고물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63만5600여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적법광고물은 44만여건이고 19만4700여건이 불법광고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다 신고되지 않은 각종 간판을 감안 할 때 고정 광고물만 100만여건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 간판의 30%이상이 규정을 위반한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약국이 대형화되면서 길이 10미터에달하는 약국 간판이 경쟁적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대부분 자극적인 빨간색 바탕으로 그려진 이들 간판이 거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자 서울시는 뒤늦게 빨간 바탕을 전체 광고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불법 간판이 난무하게 된 원인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과 하나마나 한처벌이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불법 무단 광고물에 대한 과태료는 최고 50만원, 벌금은 최고 500만원이다.
심한 경우 검찰에 고발하면 300만원이하 벌금도 가능하지만 고발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위반을 해서라도 얻는 이익이 위반에 따른 댓가인 벌금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지킬 이유가 없는 셈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에 있는 광고물 관련 규정의 모호함도 문제다.
‘간판의 가로 크기는 당해 건물의 폭을 초과해서는 안되며, 세로 크기는 위층과 아래층의 창문간 벽면의 폭을 초과하여서는 안된다‘는 규정때문에 건물이나 창문간 폭까지 간판을 얼마든지 크게 만들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당국의 규제는 고정 광고물만 대상으로 할 뿐 입간판 등 유동간판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저녁 무렵만 되면 보도를 가득 메우는 각종 입간판은 이런 허술한 맹점을 업주들이 악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지방자치제도 실시이후 민선 단체장들의 표를 의식한 느슨한 단속도 불법 간판 증가를 용인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건 서울시장이 최근 간판 정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서울시는 간판정비 총괄부서를 행정관리국으로 변경한데 이어 간판 정비를 위해 구청과 업소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간판 정비는 도시 환경 정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물과 주변환경과의 조화속에 설치된 간판은 미관에도 좋고 행인들의시선을 집중시켜 광고 효과도 더 높다는 얘기다.
또 설치된 간판을 업주가 청소하고 관리함으로써 항상 깔끔한 인상을 줘야 한다. 불법으로 설치된 간판에 먼지가 쌓이고 때자국이 묻어 있다면오히려 불쾌한 이미지만 줄 뿐이다. 전문가들은 “광고물은 비록 사유물일지라도 거리에 내걸리는 순간부터 공공물이 된다는 인식을 가져
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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