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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3/29 (월) 15:13

ㆍ추천: 0 ㆍ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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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아저씨의 글2
“ 당신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나 봐요.” 만세 자세로 TV를 보고 있는 저에게 아내가 한 말입니다. 이유를 묻자 아내는 요즈음 제가 안 하던 것을 한다는 것입니다. 안보던 드라마를 자주 보는 가하면 운동을 게을리하고 배가 나오며 코를 자주 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아내에게는 조금은 반가운 일이지만 요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변화들이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드라마라면 역사극 외에는 안보는 편인데 추운 겨울에 놀부처럼 빈정대다 보니 TV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 졌고, 채널쇼핑을 하다 가정 드라마인 ‘꽃보다 아름다워’ 를 발견하고는 눈요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가족들도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 드라마를 보며 여러 가지 가정 문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합니다. 공통적인 이야기거리가 생긴 것이죠. 무엇이 꽃보다 아름답기에 멍하니 TV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가정들은 오늘날 가정이 안고 있는 위기의 일면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혼, 부모들의 바람과 별거, 자녀 양육의 어려움, 총각과 이혼녀의 사랑, 유부남과의 사랑, 자녀들의 가출, 치매노인을 모시는 문제 등입니다. 때로는 배역들이 불안정하고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관계 속에 흐르는 잔잔한 사랑이 있고, 불안하지만 가족들이 끈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 입니다. 모두가 왜곡된 사랑의 문제로 고통을 당하지만 참되고 인간적인 사랑을 하고 싶은 욕망을 잘 그려내고 있더군요.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결국은 산다는 것이 완전하지 않는 사랑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사랑과 섬김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느껴봅니다.

겨울 이야기입니다. 비록 배 나오고 코 고는 이야기이지만요. 사실 겨울이 되면 그렇게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운동을 저도 잘 못하거든요. 그러니 배가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체중이 2~3kg 만 증가해도 코를 고는 민감한 육신의 소유자입니다. 아내가 새로운 베개를 사와 바꾸어서 사용하지만 효과가 없었던지 아내는 심각한 표정을 보이더군요. 이 문제는 삶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지만 어서 봄이 와서 기지개를 펴고 싶군요. 저는 봄을 너무 좋아합니다. 겨울에는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똥배가 나오고 코를 고니 아내의 잠까지 방해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독방을 쓰지 않고 곁에서 자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일류 요리사는 남자들이라고 하지요? 어제는 난생 처음 고등어를 손으로 만져보았습니다. 요리를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가진 것은 친구가 가족들을 위해 봉사해보라고 고등어조림의 비법을 알려주고나서 였습니다. 가족을 미국에 보내고 일년간의 기러기 아빠시절에 먹는 것 때문에 고생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음식을 자주 사먹다 보니 싫증이 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하던 끝에 세계 최초의 음식(확실하지 않지만)인 감자짜장볶음밥을 만들어내었습니다. 틈만 나면 감자를 썰어내어 기름에 지진 후 짜장을 덮어 먹는 것은 사실은 간편하면서 별볼일 없는 인스턴트음식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주 환상적이라고 국제 전화로 자랑하던 적이 있습니다. 가족이 한국에 돌아온 첫날 질리도록 먹어왔고 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그 음식을 서비스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더군요. 아이들은 아빠가 이런 것만 먹고 지냈나하는 표정을 짓더군요. 그 후로 요리를 손에서 놓다가 해낸 고등어 조림은 대환영이었습니다. 이제 김치고등어조림은 저의 유일하면서 자신 있는 요리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은 아내가 거의 도와준 것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손끝이 거칠어졌음을 느낍니다. 찬물로 고등어를 깨끗이 씻고(나름대로 무리하게 힘주어) 야채를 썰다 보니 그랬나 봅니다. 요리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화입니다. 비록 왕초보가 느낀 바로는 각종 맛과 색깔과 영양가의 조화가 음식을 만들어 내더군요. 무엇보다도 가족을 섬기겠다는 기쁨 때문에 행복하더군요. 그 동안 저의 생명을 관리하고 보살펴주셨던 어머님의 손길과 아내의 섬김의 깊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음식을 통해 사랑을 먹었던 것을…… 형식적인 감사기도와 맛있게 먹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섬김과 손길들을 기억하며 그 이상의 섬김으로 사랑하고 사랑해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