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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2/12 (목) 10:43

ㆍ추천: 0 ㆍ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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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해서 가게를 치우고 커피메이커에 원두커피를 내리면서 이글을 씁니다.
커피향이 가게에 퍼져서 나쁜냄새를 없애줍니다.
문득 제 손을 쳐다봅니다.
어느새 거칠어진 손이 애처롭게 보여서 핸드크림을 바르고 열심히 맛사지를 했습니다.
그래도 이미 윤기를 잃어버린 손은 마음 한구석을 서럽게 만듭니다.
저는 길고 하얀 예쁜 손을 가졌었습니다. 어느새 과거형이 되버렸네요.가졌었다....
지금도 길이는 똑같지만 햇볕에 그을려서 검고 칙칙한 피부를 가진 손이 되버렸습니다.
예전에 외할머니는 "게을러 터진 손이다. 그저 여자는 자그마하고 통통해야 부지런한 손이지"
혀를 차면서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친할머니는 반대로"우리 영순이는 손도 귀골이야. 양반댁 규수 손이 이래야지.손만 봐도
우리집안 후손인걸 알겠구나" 하셨습니다.
제가 남편을 만나서 처음 시댁에 놀러가서 점심을 먹는데
3명의 시누이들이 모두 제 손만 쳐다 봤습니다.
시누이들은 얼굴은 예쁜데 손이 짜리몽땅했거든요.
막내시누이는" 언니 손 너무 예쁘다"하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간판을 하기전까지는 그래도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는 고운손이었는데
온갖 세제를 만지고, 휘발유를 묻혀서 닦아내고, 장갑을 끼고 해도
무거운 걸 자주 들다보니 손마디도 굵어졌습니다.
어저께도 헌 아크릴 기둥간판에 붙어있는 시트지를 떼내고
세제를 뿌려서 먼지를 닦아내고, 잘 안 닦이는 것은 휘발유를 걸레에 묻혀서 닦았습니다.
기둥간판은 깨끗해졌지만 손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비누로 깨끗하게 씻었지만 이런 일들이 늘상 반복되다보니 손은 점점 거칠어져 갑니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도 손을 부비고 만지고 합니다.
손톱가에는 거스르미가 생겨서 지저분합니다.
손톱깍이로 잘라주고 크림으로 손질을 하고 신경을 써도 또 생깁니다.
때론 칼에 베이기도 하고, 종이에 베이기도 합니다.
그런 작은 상처들이 있는 제 손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일을 해야하는 귀한 손입니다.
더욱 귀하게 가꾸고 손질을 해서 일도 잘하고 모양새도 예쁜 손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예쁘지는 않지만 귀한 손이라는 평가가 더 기분 좋아지는것이
나이를 먹어 철이 들고 있다는 증거인듯 싶습니다.
우리 모두 귀한 손이 됩시다.

부산에서 주영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