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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07/12 (월) 01:19

ㆍ추천: 0 ㆍ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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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의 공주병
2001.1.19(금) 10:09

대학시절의 공주병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MT라는 것을 갔습니다.
밀양에 유천강가에 텐트를 치고 교수님도 모시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각조별로 나뉘어서 식사준비를 했는데
워낙 여학생이 없던 학과라서 남학생이 9명에 여학생이 1명씩
조를 편성했습니다. 식사준비는 남학생이 다 했습니다.
저는 가만히 구경하다가 맛있게 먹었죠.
다먹고 나서 설겆이를 나보고 하래요.
사실 설겆이라고 해야 큰 코펠2개와 밥그릇,숟가락뿐이지만
그때는 무지 짜증나고 하기 싫었어요.
할수없이 챙겨서 펌프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습니다.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어서 짜증은 더 심했어요.
그런데 왜 혼자 갔느냐? 설겆이 하기 싫어서 실갱이를 벌이다가
남들은 다 설겆이 하고 왔는데 그제서야 간겁니다.
걸으면서 발에 걸리는것은 다 차버리면서 터덜 터덜 가고 있는데
어떤 애가 막 부르면서 뛰어 오더군요.
내가 불쌍해보였나봐요.
그 남학생이 설겆이통을 들고 가면서
"어두우니까 램프를 비춰줄려고 왔어"
끝까지 설겆이 대신 해준다는 소리는 안하고.
펌프장에 도착해서 펌프질을 해도 물이 안나오잖아요?
사실은 시골할머니댁에 펌프가 있어서 펌프에 물을 부어야
펌프에서 물이 나온다는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모르는척하고 바보처럼 보일려고 계속 펌프질을 했어요.
그 애는 한심하다는듯이 비키라고 하면서 물을 퍼주더군요.
설겆이가 시작되었는데 평생 구정물은 모르는 것처럼
한심지경으로 설겆이를 하고 있으니까. 느릿 느릿.
그애가 "내가 할께. 앓느니 죽지. 어이구"
결국 그 남학생이 다 하고 말았죠.
그 다음날 돌아오기전까지 주는 밥이나 먹고
재미나게 놀다가 왔습니다.

그뒤에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힘든 노동과 배고픔과 목마름을
착한 동기생들과 더 착한 선배들을 이용해서 다 해결했습니다.

다른 여학생들은 남자에게 부탁하느니 죽겠다는 여성해방주의였기 때문에
자급자족하면서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았어요.
절대 부탁하지 않고 각자 씩씩하게 살더군요.
그래서인지 요즘 그때 동창들과 통화하면 늘 쑤시고 아프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젊을때 너무 힘들면 늙어서 쑤시고 아픈가봐요. 호 호 호.

다음엔 졸업하고 직장다닐때 얘기를 해드릴께요.

웃기는 아줌마 영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