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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나뭇가지
ㆍ작성일	2004-06-14 (월) 18:03

ㆍ추천: 0 ㆍ조회: 325

ㆍIP: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 쓰는 편지
지금 열심히 일하다가 우식이가 문득 보고 싶어서 집으로 전화를 했어.
보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할려고 전화한건데.......
"우식아. 샤워했니?일기썼니?내일 책가방 챙겼니? 엄마 갈때까지 문제 풀어놔라. 알았지?"
역시나 맨날 하는 잔소리만 했구나. 거의 자동으로 무의식으로 잔소리가 나오는 잔소리기계구나. 엄마는 잔소리 기계야...
옛날에 외할머니도 잔소리 기계이셨지. 지금도 잔소리 기계이시잖아?ㅋㅋㅋ
엄마는 낼모레 마흔이 다되어가는데도 할머니는 전화할때마다 잔소리 하시지?
예담이와 우식이가 맥도날드에 가서 예쁘게 사진 찍은거 보내드렸더니
아이들에게 인스탄트나 먹인다고 화가나서 펄펄뛰시고
엄마에게 나쁘다고 혼내셨지?
외할머니는 한번도 인스탄트 음식을 먹인적이 없으셨어.
그래서 엄마는 지금도 인스탄트를 먹으면 속이 느끼하단다.
먹는거는 습관인거라고 어릴때부터 먹이지말라고 잔소리를 마구 늘어놓으시다가 너무너무 화가 나서 전화를 탁 끊어버리셨어.
그래서 엄마가 손이 발이되도록 빌었어.. 지금은 쬐끔 화가 풀리셨단다.
엄마들은 늙어도 잔소리는 끝이 없나봐.......
우식이에게 맨날 잔소리하지 않는것이 엄마의 소원이지만
우식이는 맨날 잔소리 하게 만들잖니?
안보는 책은 책꽂이에 꽂아두고 지금 보고싶은 책만 꺼내서 읽으면
얼마나 이쁘겠니?
근데 우식이는 방바닥에 책을 몇권이나 늘어놓고 , 온 방안을 어질러 놓고
책읽는거만 신경쓰니까 엄마가 잔소리 안하겠니?
그리고 책보는거는 아무 할일이 없을때 해야지?
숙제하고 일기쓰고 문제풀고 그래도 할일이 없으면 책을 보는거란다.
맨나중에 책을 봐야지. 근데 우식이는 엄마가 청소하라고 시키면
청소하다가도 눈에띄는 재밌는 책이 있으면 청소는 안하고 책보더라...
그러면 엄마는 열받아서 돌아버리지?
우리 정말 사이좋게 지내자.. 서로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구...
그럴려면 우식이가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뜻을 따라줘야해...
엄마는 우식이를 이해한단다. 책보고 싶은거를 이해한다구...
왜냐면 엄마도 어릴때 책보는거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외할머니를 화나게 했거든... 맨날 방안에 틀어박혀서 책만 보는 아이였어
그런데 우식이가 엄마를 닮아서 책만 너무 보는거야.
엄마의 나쁜 점을 물려받은거라고 생각해.
책도 적당히 봐야해. 우리가 사는 동안 여러가지를 할 기회가 많은데
그런거를 다하려면 책보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고 여러가지 공부를 해야해.
엄마는 우식이가 책벌레가 되는거를 반대한단다.
가끔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줄넘기도 하고
피아노 연습도 하고 공부도 하고 ..........
음식도 골고루 먹는것이 중요한것처럼
우리 인생도 골고루 경험하는것이 중요해. 편식은 나쁜거야.
뭐든지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우식이는 뭔가에 열중하는 집중력은 칭찬하지만
그것에 너무 빠지는거는 나쁜거야.
포켓몬스터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6살
색종이접기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7살
탑블레이드에 빠져서 허우적대던 8살
지금은 무슨 일에 빠진건지 알수도 없구나...
뭐든지 중독되는거는 나쁜거야. 엄마가 뭐를 말해주려고 하는지 알겠니?
엄마가 얼마나 우식이를 사랑하는지 아니?
우식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엄마는 우식이를
제일 사랑해... 이건 비밀인데 예담이보다도, 아버지 보다도
우식이를 제일 사랑해...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네가 잘못해서 엄마를 화나게 하면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거 같애.
그래서 아주 무섭게 야단치는거야.
네가 미우면 야단 안치지? 무관심하면 그만인데. 뭐하러 야단치니?
네가 정말 밉고 싫으면 야단칠필요도 없는거야.
너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무섭게 혼내는것은 너를 아끼기 때문에
네게 좀더 멋있는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거야.
엄마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를 했는데
우식이는 그런 실수 하지말고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서
너를 가르치고 아끼고 야단도 치고 눈물도 나게하고 벌도 세우는거야.
엄마가 남의 집아들에게 야단치는거 봤니?
남의집 아들은 별로 관심없으니까 잘못해도 야단 안치는거야.
우식아! 담임선생님도 엄마랑 똑같애.
남의 반 아이들이 잘못한거는 크게 야단 안치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잘못한거는 크게 야단치시잖아?
우리반 아이들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시니까 그런거야...
우식아 또 엄마가 잔소리를 너무 길게 했구나.
젤 중요한거는 선생님과 할머니와 엄마,아버지는 우식이를 아끼고 사랑한다는거야. 꼭 기억하고....... 야단맞아도 잘못한거 반성하고
나를 아껴주시는 어른에게 죄송하다고 생각하는 착한 우식이가 되기를
바란단다. 엄마가 너무 길게 써서 정말로 미안해. 엄마의 사랑이라고 생각해줘.....우식아 아이 라브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