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애드]-옥외광고 전국네트워크

ㆍ작성자	오래된향기
ㆍ작성일	2004-07-18 (일) 03:31
ㆍ첨부#2	1090089087.jpg (0KB) (Down:61)

ㆍ추천: 0 ㆍ조회: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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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의 퍼런 멍을 바라보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비를 맞으며 공사현장 사인물을 시공했습니다.
내일은 서울 협회 중앙회에서 언론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촬영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비가오든 말든 일을 끝내야 합니다.
잡부일당 한사람을 불러 조수로 쓰며 작업했습니다
비올 확률 오전 40%, 오후 80% 입니다
공사현장 울타리휀스에 드릴로 피스를 박으며 220짜리 전기를 배불리 먹었습니다.
6 미터 높이의 게이트 사인물을 시공할 때는 혼자 올라가 8미터짜리 후렉스간판 두개를 시공했습니다
두다리의 허벅지만으로 몸을 지탱하며 드릴을 이용해 피스를 박는 방법입니다.
비는 내리고 온몸이 비로 흠뻑 젖어 있는데다 새로 설치한 게이트는 얼마나 미끄러운지....
행여나 전기에 감전되거나 드릴을 돌리다 흔들리기라도 하면 안되지요 그래서...
나의 두다리는 두께 10센티, 높이 50센티의 철구조물을 꼬~옥 껴안았습니다.
혹여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질테니까요

안전띠를 매고 철구조물에 묶어야 되는데...그게 잘 안됩니다...그게...
트럭위 연장통속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그게 잘...안됩니다...

덕분에 나의 두 허벅지 안쪽에는 시퍼렇게 피멍이 여러군데 생겼습니다.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매맞는다는 군대 속어처럼
여름장마비 맞으며 이마에서 굵은 소금비를 뿌려댔습니다.

떨어지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빨리 마쳐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섭니다
오늘 어찌되었든 끝내지 않으면 내일새벽 서울로 출발할 수 없다는 생각만이 앞섭니다.

그래서 목숨을 건 위험한 플레이는 마치 아무일 없다는 듯 허벅지 피멍만을 남겨두고 비에 젖은 작업복을 벗깁니다.

새벽에 동해에 도착해 겨우 두시간 목욕탕에서 누워있다 일어나 일한 하루의 피로는 가실줄을 모릅니다
피곤한 육신은 이 밤도 7,000원짜리 24시간 목욕탕에서 늦은 밤이 되어서야 허리를 눕힙니다.

내일 새벽부터 동해에서 서울까지 10년도 넘은 낡은트럭을 몰고 5 시간을 운전해 가야합니다.

허벅지의 시퍼런 멍은 동해바다의 푸르른 깊이만큼 파란색 추억을 선물합니다.

2004.7.15 동해에 시공 다녀오며....

청풍: 님의 열정을 사랑합니다. -[07/18-14:17]-

바람소리: 건강, 건강, 건강,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숙면을 취하고 몸을 학대하지 마라. -[07/19-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