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광고사 문제은행 점검

9월 중순 제1회 국가공인 옥외광고사 자격시험을 위한 문제은행이 공개되었다.
필기4과목(과목당 240문제, 총 960문제)과 실기1과목(12문제)에 대한 문제가 전격 공개되었다.
문제가 공개된 후 협회 홈페이지 '옥외광고사 광장'에는 시험문제와 관련한 많은 글이 올라오고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공개된 문제 가운데 답이 없거나 오답에 대한 질문과 문제의 난이도에 대한 질문이 있다.
요지는 '성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민간자격증 취득자의 상당수가 협회의 설득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이 넘게 준비한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문제은행의 수준이 '옥외광고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부 문제에 대해 수정된 문제와 답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혹시 문제제기가 들어온 문항에 대해서만 검토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수정문항이 올라온 것을 보면 자연스레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협회에서 6개월을 준비한 사안이라 생각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우선 큰 줄거리를 살펴보자.

필기시험 4과목과 과 실기시험 1과목을 치르게 되어있다.
문제은행에서 공개된 문제를 훑어보면 이 시험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시험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를 풀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국가공인 '옥외광고사'가 되기 위한 자질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의 상당수가 문제를 만들기 위한 문제는 아닌가 싶다.
옥외광고사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 현재 옥외광고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질을 향상시켜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도움이 되는 광고물을 제작하도록 하는 인적기반조성과 사회분위기 조성에 있다고 본다면, 옥외광고업 종사자들이 시험공부를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옥외광고사'가 지녀야 하는 자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설사 합격하지 못해 올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옥외광고사 자격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수반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학습의 효과이고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 근본 목적이 아닐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론적인 문제에 치우쳤다' '이거 모른다고 옥외광고사 안되면 문제있는거 아닌가'하는 볼멘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또하나 자격시험의 효과로 새로 옥외광고업에 진입하고자 할때 제도적인 요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고제로 되어있는 현행법을 등록제로 바꾸면서 업체의 난립을 방지해,
도시미관의 중요요소로 자리하는 옥외광고에 대해 제작자의 자질향상을 도모하고,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옥외광고업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시험문제를 풀다보면, 옥외광고업 종사자보다는 오히려 옥외광고에 대해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관련 지식에 근접해 있는 경우 자격취득이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옥외광고사 자격시험이 오히려 업체난립을 위한 공식적인 루트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업체난립방지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실기시험의 문제점이다.
디올디자인 서달원씨의 말처럼(sptoday 39호 게재) 기존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평면 플렉스의 판형사인을 수작업으로 도안'하는 형식의 실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옥외광고사'라면 건물의 형태와 색상, 재질에 따라 간판의 재질, 모양과 디자인, 부착방법 등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률적으로 단순히 간판의 모양을 그리는 것은
시험제도의 도입취지에서 벗어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시대적인 추세인 컴퓨터 작업을 등한시하는 시험제도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광고도장기능사나 기존 민간자격증 소지자에게 실기시험 면제혜택을 주면서라도
실기시험은 컴퓨터로 작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일반인들이 보았을때,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 되어야 한다.
중고교시절 기술이나 공업과목에서 배웠음직한 도면작성이 실기시험의 전부라면 국가공인 자격증의 의미를 상실할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옥외광고사의 국가공인은 현재 업계에 만연한 많은 문제점을 헤쳐나갈 단초이다. 기존 업계 종사자들의 자질 부족, 신고제에서 등록제로의 변화, 업계 난립의 방지, 과다경쟁 지양,
안전한 설계 및 시공 등 꼬여있는 문제들을 가벼이 보아서는 안된다. 또한 자격증 취득이 곧 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단지 생존의 중요한
조건을 하나 부가적으로 취득한 것이고, 그에 따른 새로운 시도 및 노력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자격증은 전시용 종이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사인시대